컨텐츠 바로가기

10.23 (수)

‘나치’가 세운 오스트리아자유당, 총선 1위 했지만 연립정부서 ‘왕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수도 빈의 호프부르크궁에서 연설하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1당이 된 극우 ‘오스트리아자유당’이 연립정부 구성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집권당인 국민당 소속 카를 네하머 총리에게 오스트리아자유당을 배제한 연립정부 구성을 타진하라고 지시하면서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이날 주요 정당 지도부와 회동한 뒤 네하머 총리에게 연립정부 구성을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헤르베르트) 키클 오스트리아자유당 대표는 자신을 총리로 만들어줄 연정 파트너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지시했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어느 당도 의회 과반을 점하는 득표율에 이르지 못했다. 나치친위대(SS) 복무 전력이 있는 안톤 라인탈러 등이 세운 오스트리아자유당이 유럽 내 극우 바람을 타고 득표율 29%로 1956년 창당 뒤 처음 1위에 올랐고, 집권당인 중도 우파 성향 국민당(득표율 26.3%), 중도 좌파 성향 사회민주당(득표율 21%)이 뒤를 이었다.



친러시아 성향으로 유럽연합(EU) 내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반대하고,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강경책을 펴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지지세를 모은 오스트리아자유당의 선전에 유럽 정가는 우려를 표해왔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이 1당인 오스트리아자유당을 배제하고 국민당과 사회민주당 주도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겠다고 결단한 배경이다.



다만 두 정당만으로는 전체 의석(183석) 가운데 겨우 과반선을 1석 웃도는 93석을 차지하게 되면서, 진보 진영인 네오스(9.2%)나 녹색당(8.3%) 의석까지 확보하는 전략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의회 선거는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는 정당이 자동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선거가 아니다”라며 “한 정당이 단독으로 집권하려면 50%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10%, 20%, 30%에 이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키클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판데어벨렌 대통령이 총선 승리당에 정부 구성 임무를 맡기지 않는 것은 “시도돼왔고 검증돼왔던 정상적인 절차”를 어긴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많은 분께서 뺨을 맞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면서도 “최종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고 했다. 1당이 집권하지 않는 것을 비민주적이라고 규정하면서, “패자 연합”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다만 국민당과 사회민주당 등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데도 쉽지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당은 기업 유치를 위한 법인세 하향, 소득세 인하 등을 주장해 온 반면, 사회민주당이 부유세와 상속세 도입 등을 앞세우는 등 두 당의 이념적 차이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네하머 총리는 “협상이 정부 구성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안정과 신뢰를 위해, 그리고 조국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