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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MSCI ‘아픈 손가락’ 된 韓 증시… 대표주 삼전 비중은 TSMC 3분의 1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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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요 펀드가 투자 지표로 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 한국 증시 상장사들이 수익률(Net Return)을 깎아 먹고 있다. 최근 1개월간 MSCI 신흥국(EM) 지수의 수익률이 지수에 편입된 국내 상장사들 때문에 1%포인트(p) 넘게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편입된 상장사 주가 상승률과 배당 수익을 합산하고 관련 세금을 제외해 산출한 지표다.

EM 지수에서 국내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위태로운 상태고, 국내 최대 상장사인 삼성전자의 지수 내 비중은 2%대에 그친다. 이는 대만 TSMC의 3분의 1에 못 미치고, 중국 텐센트의 60%가량밖에 안되는 수준이다. 다음 달 중 MSCI의 반기 지수 종목 조정을 앞두고 현재 편입된 상장사 중 최대 8개사가 무더기로 지수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나온다. 국내 증시 상장사의 주가가 하락을 거듭하면서 MSCI의 ‘아픈 손가락’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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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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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MSCI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MSCI EM 지수의 1개월 수익률은 6.68%였다. 그런데 MSCI EM 중 국내 상장사를 제외한 지수인 ‘MSCI EM ex Korea’는 7.9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상장사 때문에 전체 수익률의 15.7%(1.25%p)가 낮아진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상장사를 제외한 지수인 ‘MSCI EM ex China’의 수익률은 1.26%였다. 중국 상장사들이 EM 지수의 84.1%(6.67%p)를 끌어올린 셈이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중국 제외 지수인 ‘MSCI EM ex China’를 활용해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지만 한국 제외 지수는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EM지수 내 비중이 작고 자본시장이 개방된 국가여서 굳이 제외한 지수를 활용할 필요까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중국을 제외한 지수보다 한국을 제외한 지수가 오히려 성과가 나지 않는 상태에 빠졌다.

MSCI가 주요국별로 산출한 지수를 봐도 한국 증시의 상황은 드러난다. 대만의 ‘MSCI Taiwan Index’는 연초보다 40.0% 상승했고 중국의 ‘MSCI China Index’가 24.4%, 인도의 ‘MSCI India Index’가 17.8% 올랐다. 그러나 한국 ‘MSCI Korea Index’는 11.1% 하락했다.

국내 최대 상장사이자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지수 내 위상도 중국, 대만 등의 기업에 비해 낮다. MSCI EM 지수 내 시총 25.53%를 차지하는 10대 상장기업 중 삼성전자의 비중은 2.71%(2246억달러‧고정주 제외 기준)였다. 반면 가장 비중이 큰 대만의 TSMC는 9.0%(7450억3000만달러)를, 중국의 텐센트는 4.53%(3748억4000만달러)를 차지했다.

10대 상장사 중 국내 기업의 위상도 주요 신흥국에 비해 처진다. 국내 상장사 중에선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포함됐지만 중국은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퇀, PDD(핀둬둬) 홀딩스 등 4개사가 9.59%의 시총을 차지했다. 대만은 TSMC 한곳이 9%의 비중을 차지하며 단일 기업으로는 압도적인 비중을 자랑했다. 또 인도 기업들도 릴라이언스(Reliance Industries), 인포시스(Infosys) 등 4곳이 4.22%의 비중을 차지하며 글로벌 자금의 주요 투자처가 됐다.

양해정 D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펀드 등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반도체 기업 중심의 시장인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이렇다 할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한국에 투자해야 할 이유를 찾기가 힘들어진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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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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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는 다음 달 MSCI 지수 조정을 앞두고 MSCI가 한국 시장의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거나 답보 상태에 있으면서 아예 편입 종목의 숫자를 대폭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보통 MSCI는 편출 종목의 수대로 편입 종목의 수를 맞춰 구성 종목만 바꾸는 과정을 해 왔지만, 최소 시총에 미달하는 종목들이 늘면 아예 편입 종목의 수를 줄일 수 있다. 현재 EM 지수에 편입된 국내 상장사는 98개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다른 국가의 증시보다 장기간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는데, 이게 MSCI의 최소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수준까지 왔다”라며 “5~6곳 이상의 편출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편출 종목으로 예상되는 곳은 KT, 셀트리온제약, 금양, 현대건설, 코스모신소재, 엘앤에프, 현대제철, 한화솔루션 등이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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