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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북한, 미국 법정에 설까…“이스라엘 공격한 하마스에 무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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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민간인 노아 아르가마니를 남부 이스라엘에서 오토바이로 납치하는 장면. 가자지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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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달은 실패했다. 미국 우정청(USPS)을 통한 우편송달이었다. 변호사는 지난달 재판부에 마지막 송달 방식을 시도하겠다고 보고했다. 미국에선 한국과 달리 원고가 송달을 책임진다. 마지막 수단은 미국 국무부의 힘을 빌린 ‘외교적’ 송달이다. ‘송달’이 완료돼야만 재판은 시작된다.



송달부터 난항에 부딪친 건 상대가 북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숨진 이들의 유족과 부상자들은 석달 전 북한·이란·시리아를 상대로 거액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북한 등이 하마스에 무기를 제공했고, 이 무기들이 테러에 사용되리라는 걸 알 수밖에 없었으므로 북한이 하마스의 불법행위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또 다른 전쟁인 가자전쟁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미국 법정에 오르기 직전이다.





북한→이란→수단→이집트→하마스?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 소장 이 제출된 건 지난 7월1일이다. 미국인 에이드리엔 네타의 유족 등 130명이 원고다. 하마스의 지난해 10월7일 공격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는 최초의 소송이다. 배상 요구액은 총 40억달러(약 5조4천억원)다.



핵심 근거는 하마스 공격에 북한제 무기가 사용됐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란 등 ‘저항의 축’의 주요 무기 공급자다.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자신들이 공급한 무기가 하마스에 전달돼 10월7일 공격에 사용될 가능성을 북한이 알고 있었거나(고의) 알 수 있었는데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중대한 과실)다.” 소장에 담긴 원고의 주장이다.



북한의 책임이 인정되려면 ‘북한제 무기가 하마스의 테러에 사용되었다는 점’부터 입증되어야 한다. 정황은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무기고에서 북한산 무기를 다수 발견했다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F-7 로켓 추진 유탄(RPG), 122㎜ 방사포 포탄, 122㎜ 다연장 로켓 발사기 등이다. 북한의 불새-2 대전차 유도 미사일도 발견됐다고 한다. 소형무기조사연구소(Small Arms Survey)의 선임 연구원인 맷 슈로더도 하마스 전투원들이 소지한 무기가 북한제 F-7과 외형상 동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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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6일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츠리핀(즈리핌) 군사기지에서 10월7일 공격 때 하마스가 사용한 무기 등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이란, 북한, 가자에서 제작된 무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네게브지역/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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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6일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츠리핀(즈리핌) 군사기지에서 10월7일 공격 때 하마스가 사용한 무기 등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이란, 북한, 가자에서 제작된 무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네게브지역/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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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도 같은 입장이다. 합동참모본부의 고위 관리도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무기 거래, 전술 지도, 훈련 등 여러 군사 분야에서 북한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KCNA)은 당시 “근거 없는 허위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이 1960년대부터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재정과 군사 훈련을 지원한 건 알려진 일이다. 1970~80년대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와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지도자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나기도 했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뒤부턴 교류가 다시 활발해졌다고 한다.



‘북한-하마스’ 무기 거래는 ‘제3자’를 통해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스팀슨연구소는 지난해 10월 낸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하마스로의 무기 이전은 주로 제3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북한→이란→수단→이집트까지 간 뒤 지하 터널을 통해 반입된다”고 밝혔다.



이런 루트는 2009년 12월 한차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타이 당국은 옛 소련제 일류신-76 화물기를 방콕에서 조사했는데, 당시 화물칸에서 지대공 미사일, 로켓 발사기, 미사일 발사관 등 35톤의 북한제 무기가 밀봉된 상자에서 발견됐다. ‘드릴 장비’로 신고된 화물이었다. 카자흐스탄 출신 4명과 벨라루스 출신 1명으로 구성된 승무원은 다음 목적지가 스리랑카라고 주장했으나, 조사 결과 테헤란이 최종 목적지였다. 무기는 헤즈볼라 및 하마스로 전달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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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인들이 지난해 11월22일 가자지구 시파 병원 아래에서 발견된 터널로 언론을 안내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 부지를 은신처로 사용했으며, 이 터널을 군사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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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인들이 지난 9월13일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상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필라델피 회랑에서 약 100미터 떨어진 터널 입구 옆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이 터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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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터널 구축 세계 1위, 북한





하지만 미국·이스라엘 등은 무기보다 터널이 북한이 하마스 등에 제공한 핵심 전력이라고 본다. 하마스·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에 터널은 일거에 이스라엘과 전력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결정적 무기이기 때문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힘, 이스라엘의 탐지를 피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터널에서 나온다.



하마스 지구 내 터널은 폭격도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은 깊은 지하까지 침투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폭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현대전연구소의 존 스펜서는 “터널은 이스라엘의 무기·전술·기술·조직에서의 우위를 무력화하는 균형자”라며 “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지상 침공할 경우 커다란 도전 과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마스의 터널은 약 1300개로 추정된다. 총길이는 약 500㎞에 이른다. 일부 터널은 지하 70m 깊이까지 뻗어 있다고 한다. 북한은 ‘터널 기술 이전’을 인정하지 않는다.



헤즈볼라의 터널은 북한의 영향을 좀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랫동안 관련 연구를 진행한 ‘알마 연구·교육센터’는 2021년 8월 ‘헤즈볼라의 터널 땅―북한과 이란의 연결’이라는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북한 교관들은 헤즈볼라에 지하 터널 구축법을 교육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헤즈볼라가 북한의 지하 인프라 개발 전문 기업인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와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의 감독 아래 45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레바논 남부에 45㎞ 지하 터널을 건설했다고 밝혔다.





‘테러지원국’은 피소 가능





국제법에는 ‘주권국가는 다른 나라 법원에서 재판받지 않는다’는 국가면제 법리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통해 북한 등과 같은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한 소송은 예외적으로 열어뒀다.



실제 미국 법원은 여러 차례 북한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1972년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적군파 테러 희생자의 가족은 북한이 적군파 요원들을 지원했다고 주장해 2010년 3억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1968년 북한에 납치된 미국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약 24억달러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았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와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도 승소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과거 사례보다 북한의 법적 책임을 입증하기 복잡할 수 있다. 이전 사건들은 북한이 테러 행위나 인권 침해에 직접 관여한 경우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북한 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나 증언도 존재했다. 무기 공급의 인과관계와 북한의 의도성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패소해도 북한이 배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이 미국 내에서 쉽게 확인 가능한 자산을 보유했을 가능성도 낮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미국 의회는 2015년 테러지원국 피해자 기금(Victims of State Sponsored Terrorism Fund)을 조성했다. 테러지원국이 지원한 테러로 피해를 본 미국 시민이라면 최대 2천만달러까지 이 기금에서 배상받을 수 있다.



미국 법원이 북한을 상대로 내린 판결은 향후 관계 정상화 협상 때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실제 2000년대 중반 미국이 리비아와 외교 관계 복원을 위한 협상을 벌일 때 리비아 정부가 지원한 테러 공격의 미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걸림돌이 됐다. 수단과의 관계 정상화 때도 비슷했다. 2020년 미국은 수단이 3억3500만달러의 보상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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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6일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츠리핀(즈리핌) 군사기지에서 10월7일 공격 때 하마스가 사용한 무기 등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이란, 북한, 가자에서 제작된 무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네게브지역/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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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6일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츠리핀(즈리핌) 군사기지에서 10월7일 공격 때 하마스가 사용한 무기 등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이란, 북한, 가자에서 제작된 무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네게브지역/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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