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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코스포와 함께하는 스타트업 생존방정식] 위즈돔 | “하루 10만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 200개 기업 통근버스, AI로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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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돔은 수도권에서 서울로 향하는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스타트업이다. 2009년에 창업했으니 올해 15년이 된 이 중견 스타트업은 우버처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버스를 무기로 매일 3300개 노선을 통해 10만 명의 직장인을 일터로 실어 나른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부터 중견, 중소기업까지 위즈돔의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기업만 200개. 명실공히 국내 1위 기업 통근버스 사업자로 성장했다.

“한국에 살면서 집 없는 설움이 가장 크고 두번째가 집이 먼 서러움”이라며 말문을 연 한상우 위즈돔 대표는 “지하철 노선이 없는 수도권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할 때 일반 노선버스를 이용하는 서러움을 직접 겪으면서 창업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한 대표는 “저희가 개발한 관제 시스템 아이보스를 기반으로 한단계 도약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메신저 서비스이던 카카오톡이 선물하기 같은 수익모델을 붙였듯, 위즈돔도 버스 사업을 기반으로 서비스 확장을 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는 성남시 분당의 위즈돔 사옥에서 진행됐다. 상가 건물 8층을 통째로 매입한 한 대표는 “분당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며 “고객을 찾아 다시 분당에 둥지를 틀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한상우 위즈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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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is
고려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2009년 위즈돔을 창업했다. 올 2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4대 의장으로 취임했다. 2023년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질 좋은 서비스가 고객 입소문으로
Q 창업 동기가 말이 씨앗이 됐다고 하던데요.

A 2009년에 저까지 초·중·고 동창 3명이 6평 사무실에 책상 3개를 놓고 시작했어요. 지금도 가장 절친인데, 당시 셋 다 선릉역 사거리에 직장이 있었거든요. 각자 쉬는 시간에 편의점에 모여서 돈 버는 아이템 없냐고 농담처럼 말하다 제가 장거리 출퇴근이 너무 힘든데, 관련한 솔루션을 제공하면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있고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두 친구가 너무 과하게 호응하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Q 현재 사옥도 분당이지만 창업 당시에도 분당이었는데요.

A 분당이 중심이 된 건 우선 수요가 있고, 서울 도심과의 교통도 있어서 저희 딴엔 노선이 보였어요. 수지, 동백, 분당 지역은 아파트는 잘 지어놨는데,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유기적인 연결이 안되거든요. 사실 창업하고 3~4년간은 수입이 없었습니다. 그만하고 취직자리나 알아봐야겠다 싶었는데, 아내가 1년만 더하면 될 것 같다고 믿어주더군요.

Q 사업 초기에 서비스 중단 사태도 겪어야 했는데, 그 때문이었나 봅니다.

A 2010년에 출퇴근 시각과 직장 위치가 비슷한 분들을 인터넷으로 모집해 노선별로 전세버스를 제공하는 ‘e-버스’를 출시했어요. 그런데 불법 시비가 일면서 사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당시 관련법상 통근버스 운영은 해당 기업만 할 수 있었는데, e-버스가 불법이 아니라는 2009년 대법원 판례를 찾아 문제를 제기했지요. 그렇게 2011년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이끌어냈고, 2013년에 정부로부터 노선면허를 받은 모빌리티 기업 1호가 됐습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힘에 부치기도 했고 돈이 안되니 힘들더군요. 지쳤지요. 늦기 전에 탈출해야겠다 싶었는데 아내가 만류했어요. 또 그때 김근모 아이투맥스 대표님이 “형이랑 1년만 더 해보자”면서 자신의 마포 사무실 한편에 한줄을 내줬습니다. 거기서 인큐베이팅을 받았어요. 제가 또 팔랑귀라 1년만 더하면 되겠네 싶기도 했고.(웃음) 그때 사무실 한편에서 형님께 많은 걸 배웠습니다.

Q 2013년에 분당으로 돌아왔는데 형편이 나아졌나봅니다.

A 2013년 여름이었는데, 판교가 성장하면서 여러 회사가 입주하다 보니 교통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그때 저희를 선택한 기업이 여럿이었죠. 당시 매출이 5억원가량이었는데, 갑자기 50억원까지 오르더군요. 그래서 다시 고객 옆으로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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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불법 논란이 B2C에서 B2B로 넘어오는 계기가 된 건가요.

A 대기업 통근버스를 고도화하고 스마트화하는 방향으로 피보팅됐어요. 수지에 사는 분들, 분당에 사는 분들을 위한 통근 비즈니스가 SK그룹 구성원, 한화그룹 구성원으로 타깃이 뚜렷해졌죠. 현재 위즈돔의 통근버스를 200개 기업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Q 꽤 가파른 성장 속도인데, 따로 영업에 나선 겁니까.

A 처음 불법이란 말이 나오고 법원에서 시비를 가려보자고 준비 중이었는데, 저희 통근버스를 이용하던 시민 중 한 분이 청와대 신문고에 내용을 올리기도 하고 어떤 분은 시장에게 보내기도 했어요. 합법, 불법은 모르겠고 너무 편하게 이용했으니 계속 다니게 해달라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당시 저희 회원 중에 ‘을지로 2가 11번지’로 가는 분들이 유독 많았거든요. 그곳이 SK텔레콤 사옥이에요. 그 분들이 SK그룹 사내 게시판에 ‘이 버스를 이용해 출근했는데 괜찮았다’고 올렸고 조회수가 6만, 댓글이 600여 개까지 달렸다더군요. 그걸 회장님이 보셨나 봐요.

‘아이보스’ 앱으로 배차에서 정산까지 한번에 관리 가능해
Q 플랫폼 서비스도 어찌보면 자연스럽게 진행된 셈이네요.

A 각 기업 구성원들이 저희 통근버스를 이용하려면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노선을 확인하고 예약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노선과 시간, 장소를 공유하다 보니 앱 기능이 점점 구체화되더군요.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보유한 관련 기술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노선을 최적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Q 그럼, 여타 통근버스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 겁니까.

A 사실 통근버스에 사용되는 전세버스는 시키는 대로만 운행에 나섭니다. 저희는 데이터에 기반한, 요즘 말로 AI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노선을 설계합니다. 쉽게 말해 집 앞에 나서면 통근버스 노선이 있고, 회사 앞에 내려주는 시스템이죠. 큰길에 대충 점 찍고 줄 그어 만든 노선이 아니에요. 회원들이 이동하는 노선에 대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지리 정보를 입혀 설계한 겁니다. 우선 노선을 설계하고 그다음 전용 앱을 만든 후 버스를 수급하는데, 버스 기사들을 관리하는 관제 관리 운영이란 새로운 앱도 만들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통합 관제 시스템 ‘아이보스(AIBOS)’로 운영되는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라 이용자의 요구에 맞게 앱으로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버스기사 입장에선 아이보스 기반 기사 전용 앱으로 배차, 정산 등의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요.

Q 아이보스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A 버스 기사 전용 앱을 만들어 그 안에서 타이어 교체, 정비, 주차, 주유는 물론 차량 할부, 보험 등 운행에 필요한 모든 작업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Q 고객사 중엔 자회사가 경쟁사인 곳도 있을 텐데.

A 네. 있습니다. 저희 입장에선 넘기 힘든 경쟁사들이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경쟁입찰을 거쳤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입찰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감사하죠. 굉장히 성숙한 기업문화라고 생각합니다.

Q 위즈돔 서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어느 정도 됩니까.

A 하루 10만 명이 넘습니다. 경기도, 인천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분들이 많고, 청주와 천안 등 충청도에도 일부 노선이 있습니다.

Q 매출이 궁금해지는데요.

A 현재 전체 매출의 95%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760억원이었고, 올해는 1000억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한 통근버스, 재구매율 100% 이끌어
Q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셔틀 운행에도 나섰는데요.

A 조직위원회에서 저희를 공식 셔틀로 지정했는데, 강원도 지역의 운수업체들이 반발하면서 강원도청에서 면허가 안 나왔어요. 모든 준비와 홍보까지 마쳤는데, 면허가 없으면 운행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겠다고 무료 운행을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무료 운행이란 게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면서 광고가 엄청나게 팔렸어요. 덕분에 운임 손실을 보전하고 경험도 쌓았지요. 이후 자라섬 페스티벌 행사 기간에 인천공항과 가평을 연결하는 버스, 놀이공원, 스포츠 경기 등 특화된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버스를 운행하면서 성장이 가팔랐습니다. 그런데 팬데믹이 오더군요.

Q 관련 분야의 매출이 급전직하하는 시기였는데.

A 제로였어요.(웃음) 하지만 그 시기를 거치면서 거품을 걷어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잘할 수 있는 본업을 좀 더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벼텼어요.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엔데믹 시기가 오면서 새로운 고객들이 위즈돔을 선택했습니다.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율도 100%에 이르고 있습니다.

Q 그래서인지 빚이 없는 스타트업이라고 들었습니다.

A 매출이 높아서 그런 건 아니고.(웃음) 2019년에 250억원을 투자받았다가 회수당했어요. 투자금 중 절반은 버스 매입에 썼고 나머지는 안 쓴 상황이었죠. 팬데믹이 닥친 후 투자사의 사정 때문에 돌려줘야 했는데, 안쓰고 놔뒀던 투자금이 불기도 했고 여기에 버스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완납했습니다.

Q 스타트업 성장의 한 축은 외부로부터의 투자인데요.

A 3000억~4000억원 밸류에 한 1000억원 정도 투자받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기관들도 있는데, 그리 급하진 않습니다. 어쨌든 저희는 살아남았거든요.(웃음)

Q 스타트업의 목표는 상장 또는 엑시트라고 하던데요.

A 전 버스에만 몰두할 계획입니다. 엑시트는 없고, 끝을 보려고 합니다. 전 교통에서 가장 중요한 게 버스라고 생각하는데요. 철도 같은 기간산업은 어차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고, 일반인들이 어떻게 매일 택시를 타겠요. 위즈돔의 데이터가 좋아질수록 다른 이들과 모빌리티를 셰어하는 게 당연해질 테고, 그러면 이용료가 1/2, 1/10로 떨어질 겁니다. 경쟁력이 높아지는 거죠. 대기업 임원이나 억대 연봉자들도 위즈돔의 통근버스를 탑니다. 제일 쾌적하거든요. 출퇴근 시간이 편안하면 퇴근 후 저녁도 즐겁습니다. 버스가 인류를 구원할 겁니다.

가장 중요한 스타트업 덕목은 ‘팀’
Q 올 초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4대 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픈 말씀이 있을 것 같은데요.

A 팀을 만드는 게 가장 필요한 일이에요. 전 동창들과 시작했는데, 창업한 지 15년이 지나다 보니 팀이 장점이 되고 성장의 원동력이 됩니다. 아무리 AI시대라 해도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는 리더로서의 역량이 근본이 돼야 합니다. 또 하나, 공정한 입찰이나 경쟁에서 정정당당하게 이길 수 있도록 실력도 갖춰야 합니다. 더 이상 힘없는 스타트업이라고 봐달라는 건 통하지 않거든요.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9호 (2024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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