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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 첫 가동…“폐배터리는 원료 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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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메르세데스-벤츠가 21일(현지시각) 독일 남부 쿠펜하임에서 문을 연 유럽 최초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경영위원회 위원장 올라 칼레니우스(왼쪽부터), 독일 연방 총리 올라프 숄츠, 환경부 장관 테클라 워커. 벤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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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어느덧 60만대를 넘겼고, 전세계적으로는 4천만대의 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수명을 다하는 전기차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에스엔이(SNE)리서치는 그 수가 2030년에 411만대, 2040년에는 4227만대에 이를 거라 전망한다. 향후 10~20년 사이 폐배터리가 쏟아질 거란 얘기다. 폐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배터리 원재료를 경제성 있게 뽑아내는 재활용 기술 확보에 전기차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독일 자동차 업체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는 자체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짓고 운영하겠다고 나섰다. 아직은 재활용 전문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완성차 업체가 발을 들인 것이다. 미국에선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네바다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 재활용 공정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연기관차 위주의 전통 완성차 업체로서는 처음이다. 한겨레는 벤츠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직접 찾아 그 배경을 들여다봤다.





1년에 5천대 분량 배터리 원료 회수





21일(현지시각)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쿠펜하임에서 벤츠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개소식이 열렸다. 지난해 3월 착공한지 1년 7개월 만이다. 자동차 차체를 만들던 6800㎡ 규모의 프레스 공장을 배터리 재활용 공장으로 개조했다고 한다. 유럽에 이런 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날 오전 열린 개소식을 위해 인구 8천명 남짓의 이 도시를 찾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이고, 배터리는 그 핵심 부품”이라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배터리를 만드는 순환 경제는 성장 동력이자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함 디딤돌”이라고 공장이 갖는 의미를 추켜세웠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그룹 이사회 의장은 “벤츠는 모두가 선망하는 차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게 목표”라며 “재활용 공장은 원자재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의 재활용 공정은 다 쓴 배터리 모듈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파쇄기로 들어가며 시작된다. 이렇게 잘게 부숴진 배터리 모듈 잔해에서 ‘블랙매스’와 플라스틱·구리·알루미늄·철 등 입자가 굵은 물질을 분리해내는 게 기계적 공정이다. 블랙매스는 니켈, 코발트,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주 원료가 되는 희유 금속이 담긴 활성 물질이다. 습식제련 공정에서는 블랙매스에 황산 등 용매를 투입하고 결정화하는 과정 등을 통해 코발트, 니켈, 망간 등 양극재 원료가 되는 물질을 추출해낸다. 모든 공정에는 나흘이 소요된다.



벤츠는 이 공장이 기존 폐배터리 공장과 달리 ‘기계식·습식 야금’ 통합 공정을 갖췄다고 했다. 자원 회수율은 높이고 에너지 사용량은 낮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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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쿠펜하임에 문을 연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 벤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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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정을 통해 폐배터리에서 96% 이상의 원료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벤츠는 기대한다. 이 공장에선 연간 2500톤의 폐배터리에서 배터리 모듈 5만개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의 배터리 원료를 추출할 수 있다. 차량으로 따지면 5천대 수준의 물량이다.



미누엘 미헬 배터리 재활용 총괄은 “10년 뒤, 20년 뒤 사용 후 배터리가 증가하게 되면 벤츠 그룹에서 발생하는 물량을 이 공장만으로는 모두 흡수하지 못할 것”이라며 “쿠펜하임 공장을 운영하면서 재활용 공정에 대한 전문성을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증설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폐배터리가 곧 원료 광산





벤츠가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특히 배터리 원재료 공급망을 다변화하면 특정 산지국이나 제련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배터리 값의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 핵심 원료인 코발트와 리튬의 경우 전세계 시장에서 60% 가량이 중국에서 제련된다. 원료 채굴과 배터리 셀 제작 사이 핵심적인 생산 단계를 중국이 틀어쥐고 있고, 양극재 원재료 가격 인상분은 셀 제조사와의 계약 구조상 완성차 업체가 부담한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향후 원재료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재활용에 눈을 돌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미헬 총괄은 “원재료 시장 가격을 봐야겠지만, 향후에는 재활용 원료가 실제 원료를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지속가능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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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가 21일(현지시각) 독일 남부 쿠펜하임에 연 유럽 최초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개소식 모습.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경영위원회 의장. 벤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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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내 가격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생산 원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절감하는 수단으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각광받는 것이다. 벤츠는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오늘의 배터리가 내일의 배터리 원료 광산”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EU 폐배터리 관련 규제 강화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배터리 관련 규제를 강화해갈 예정이어서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완성차 업체들이 추가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2월부터 시행된 유럽연합의 ‘배터리 및 폐배터리에 관한 규정’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업체, 유통업체, 전기차 제조사 등에 대해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는 배터리를 단계적으로 모두 회수하고 처리할 의무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역내 판매되는 배터리에 대해서는 2031년까지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을 코발트 16%, 리튬 6%, 니켈 6% 등 단계적으로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쿠펜하임/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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