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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찰스 3세 면전서 “당신, 우리 왕 아냐”…호주 원주민 의원 퇴장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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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출신 리디아 소프 상원의원이 21일(현지시각) 캔버라 의회에서 열린 찰스 3세 부부 환영식에서 “당신은 우리의 왕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퇴장당하고 있다. 캔버라/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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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출신 상원의원이 영국 왕 찰스 3세 앞에서 “당신은 우리 왕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리디아 소프 상원의원은 21일(현지시각)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 의회에서 열린 찰스 3세 부부 환영회에서 찰스 3세를 향해 “당신들이 우리 사람들을 학살했다”며 “당신들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것, 우리의 뼈와 두개골, 아기, 사람들을 돌려달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왕은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한 영연방 14개국의 왕을 겸한다.



그는 “당신들이 우리 땅을 파괴했다”며 “조약을 맺어야 한다. 우리는 조약을 원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식민 지배자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과 아무런 조약도 맺은 적이 없다. 그는 이날 경비원들에 의해 행사장에서 제지되어 쫓겨나면서도 “이 곳은 당신 땅이 아니다. 당신은 우리 왕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영국 왕



찰스 3세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소프 의원은 영국의 식민지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원주민간 조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22년 재선 취임 선서에서는 당시 영국 여왕을 “식민 지배자 여왕 폐하 엘리자베스 2세”라고 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군주제 찬성론자인 토니 애벗 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불행한 정치적 과시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공화주의자인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찰스 3세에 대한 환영사에서 군주제 폐지 논란과 관련해 “당신(찰스 3세)은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에게 큰 존경을 보였다. 심지어 우리가 헌법의 미래, 우리와 왕실 관계의 본질에 대해 대화할 때도 그랬다”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완곡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의회 환영식에는 6개 주 정부 인사들이 참석을 거절해 군주제 폐지 의사를 에둘러 표현했다.



찰스 3세는 23일 영연방 정상회의(CHOGM) 참석을 위해 사모아를 방문한다. 키어스타머 영국 총리도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도 영국 왕실과 정부는 과거사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영연방 정상회의 신임 사무총장이 선출되는데 현재 후보자 3명 모두 노예제와 식민주의로 피해를 본 국가들에 대한 배상을 지지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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