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2 (화)

[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66]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세월이 항상 더 좋아 보이는 게 인생의 영원한 진리일까?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그리고 급격하게 확장되고 있는 중동 전쟁.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놀라운 사건들을 경험하며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이해하게 된다: 바로 지난 30년이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행복하고 편안했던 시대였다는 점 말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해 준비하기보다는, 언제나 뼈아픈 경험만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 호모 사피엔스의 운명일까? 두 번의 세계대전, 유대인 대학살, 그리고 핵무기 사용이라는 20세기 비극을 경험한 인류는 결심한다. 다시는 그런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분쟁과 경쟁보다는 타협과 협업을 통해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특히 1990년도 구소련의 붕괴, 그리고 중국의 WTO 가입과 함께 우리는 지난 30년 ‘세계화 시대’를 경험했다. 정말 특별한 시대였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하나의 경제 공동체에 참여했고, 대부분의 세계인이 대부분 국가를 방문할 수 있었다. 소련과 중공 방문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한국인들이 모스크바와 베이징으로 유학을 갔고, 구 공산국가 도시에 한국산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는 탈세계화. 세상은 다시 ‘정상화’되고 있다. ‘정상’이 좋다는 말이 절대로 아니다. 협업보다는 분쟁, 공생보다는 각자도생이 – 매우 불행하게도 - 인류 역사 대부분 ‘정상’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역사적 차원에서는 너무나도 비정상적이었던 지난 30년을 경험하며 성장한 우리 뇌 속에는 역사적 비정상이 ‘정상’이라는 착각이 만들어져 버렸다. 반대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역사의 정상화는 너무나도 비정상적으로 느껴진다.

정상은 영원하지만, 비정상은 잠깐이다. 글로벌 역사 차원에서의 정상과 비정상의 착각에서 최대한 빨리 깨어나야만 22세기 지구에도 여전히 자유롭고 부유한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