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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기고] ‘과학 외교’가 한국을 글로벌 강국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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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은 이미 첨단 기술 강국으로 G7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GPS·Global Pivotal State)로 보다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 이제는 ‘과학 외교(Science Diplomacy)’가 필수적이다.

과학 외교는 2012년 영국 왕립학회와 미국 과학진흥회가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한 용어다. 과학기술을 통한 국제 협력과 글로벌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국은 작년에 독립된 첨단연구혁신처를 설립하고, 과학과 외교를 국가 전략과 대외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2020년부터 ‘제스다(GESDA)’라는 과학 및 외교 예측 서밋을 야심차게 가동하고 있다. 말하자면 ‘과학기술의 다보스 포럼’이다. 여기에는 과학자, 외교관, 정부기관, 대학, 기업, NGO에 일반 시민까지 폭넓게 참여해 모범적인 협업 사례가 되고 있다.

이제 한국도 AI, 퀀텀, 바이오, 기후변화 대응, 청정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과학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과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 과학자들의 창의적인 연구 성과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스웨덴은 3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과학 강국이다. 또한 과학 외교의 선도국이기도 하다. 스웨덴은 7개 나라에만 과학기술 주재관을 파견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일본·영국·인도·중국·브라질과 함께 그 7개 국가 중 하나다. 스웨덴이 우리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최근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의 문화적 저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한국의 경제 발전과 국가 전략의 성공 사례를 심층 연구한 사실은 한국의 독특한 경험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스웨덴 연구협의회(SRC)가 지난해 발표한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이스라엘·스웨덴·미국·일본과 함께 GDP 대비 연구·개발 예산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자의 비율도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논문 피인용지수에서는 영국·네덜란드·스위스·호주 등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RC의 이런 지적은 한국이 앞으로는 연구 성과의 질적 향상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 그리고 그것은 적극적인 과학 외교에 의해서 뒷받침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한 스웨덴 외교관은 최근 필자와의 대화에서 연구의 자율성(Autonomy),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도전 정신(Risk-taking), 그리고 장기적 목표와 열정 추구를 뒷받침하는 지속적인 연구비 지원(Funding)을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로 지목했다. 이런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때 독창성(Authenticity)을 가진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앞 글자를 모은 ‘아르파(ARFA)’ 전략이 과학 외교와 결합된다면 한국이 국제사회를 위해 중추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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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전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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