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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사설]성수대교 붕괴 30년, 우리는 얼마나 안전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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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마르지 않는 눈물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 북단 인근 위령탑에서 열린 성수대교 붕괴 사고 희생자 30주기 합동위령제에서 한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성수대교 상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등교하던 무학여고 학생 8명 등 32명이 사망했다. 이날 합동위령제에는 유가족과 무학여고 교직원 등 40여 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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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30년이 됐다. 1994년 이날 성수대교 북단이 무너지며 다리를 건너던 시내버스와 차량이 추락해 등굣길 무학여고 학생 8명을 비롯해 32명이 생때같은 목숨을 잃었다. 준공된 지 불과 15년밖에 안 된 다리가 순식간에 주저앉아 그 충격이 컸다.

성수대교가 붕괴한 기술적 원인은 과중한 하중을 버티던 교량에 피로가 쌓여 균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균열은 공사 단계마다 부실이 쌓이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을 일이었다. 성수대교 설계·감리·시공·유지 전 과정에서 기본을 지키지 않은 안전 불감증,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부정부패 관행이 만연했다. 건설사는 설계 도면과 다르게 부실 시공했고, 감리 담당 공무원은 이를 눈감아줬다. 서울시는 위험이 감지됐음에도 유지, 보수를 소홀히 해 붕괴를 예방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가 빚어낸 참사였다.

성수대교 붕괴 30년이 지났지만, 한국은 ‘사고 공화국’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근래에도 잊을 만하면 대형 사고가 터지곤 했다. 2022년 10월 159명이 압사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올해 6월에는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졌다. 건설 현장의 후진적 관행 역시 바뀌지 않았다. 2022년 1월 광주에선 건설 중인 고층 아파트가 붕괴해 인부 6명이 사망했고, 2023년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무너졌다. 물 탄 콘크리트를 쓰거나 철근을 누락하는 등 부실 설계·감리·시공이 아직도 되풀이되는 탓이다.

우리 사회는 성수대교 붕괴와 그 이후 사회적 재난을 반복해 경험했음에도 책임자를 찾아 공분만 쏟아낼 뿐, 철저한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은 부족했다. 잦은 사고로 경각심이 무뎌진 건 아닌지 우려스러울 정도로 ‘설마’ 하고 안전을 경시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 이날 열린 성수대교 붕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 김학윤 씨는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기본에 충실했다면 꿈 많은 학생과 부모, 유족들의 가슴에 못 박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안전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망각하는 순간, 그 같은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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