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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해리스 캠프서도 “블루월 무너진다” 우려…아랍계 표심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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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유세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의료기록 공개를 거부했다”라고 비판하며 “그가 나라를 다시 이끌기엔 약하고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2024.10.14.[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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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며 민주당에서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의 패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리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경합주인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의 블루월(Blue wall·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주)’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 출마한 일부 민주당 후보는 해리스 후보와 거리를 두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 해리스 캠프도 “미시간 위험하다”

미국 NBC는 22일 복수의 민주당 소식통을 인용해 “블루월에서 해리스 후보가 최소 한 곳 이상 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됐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민주당 상징색(푸른색)을 빗대 블루월로 부른 것. 하지만 이 3개 주는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면서 경합주로 바뀌었고 현재도 민주당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해리스 캠프 고위 관계자도 NBC에 “해리스가 미시간이나 위스콘신에서 패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고, 특히 미시간이 위기”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최근 미시간주에서 트럼프 후보의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은 48.4%로 47.2%인 해리스 후보를 1.2%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주와 위스콘신주에서도 각각 트럼프 후보에게 0.8%포인트와 0.4%포인트 뒤처져 있다.

문제는 해리스 후보가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어 경합주 중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를 잡더라도 각각 15명, 10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미시간과 위스콘신 중 한 곳을 잃으면 당선이 어렵다는 점이다. 얼마 전까지 접전이었던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등 남부 ‘선벨트’의 경합주에서 최근 트럼프 후보가 격차를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 후보가 7대 경합주 가운데 가장 우세하다고 여겨졌던 미시간에서 패배 위기에 몰린 것은 이 지역에 대거 거주하는 아랍계 유권자들이 최근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아랍계 유권자들은 ‘가자 전쟁’ 중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보인 친이스라엘 정책에 크게 반발해 왔다. 실제로 22일 아랍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5%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해 해리스 후보(43%)를 앞섰다.

● 경합주 민주당 의원들 “트럼프 정책 지지”

해리스 후보는 뒤늦게 아랍계 유권자 ‘표심 잡기’에 공들이고 있다. 이스라엘을 비판했던 해리스 후보의 발언을 모아 보도자료를 내고, 아랍계를 겨냥한 정치광고도 방영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자 러스트벨트 경합주에서 상·하원에 도전하고 있는 일부 민주당 후보는 해리스 후보와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다. 펜실베이니아주 밥 케이시 상원의원은 트럼프 후보의 관세 부과 정책에 지지를 표명했다. 또 위스콘신주 태미 볼드윈 상원의원은 트럼프 후보의 2018년 ‘메이드 인 아메리카’ 법안을 자신이 입안했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한편 해리스 후보는 22일 NBC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개표 완료 전에 대선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2020년 대선 때도 사전투표 개표가 끝나기 전에 대선 승리를 선언한 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자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결과에 불복했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뒤집으려 했고, 여전히 국민의 뜻을 부정하고 있다”며 “폭도를 선동해 미 의사당을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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