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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논란에 ‘철벽’ 친 윤 대통령…민심 이반, 국정동력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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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논란에 ‘철벽’ 친 윤 대통령…민심 이반, 국정동력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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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논란에 대해 ‘철벽’을 치고 있다. 김 여사 문제가 아킬레스건이 되면서 민심 이반, 당·정 관계 훼손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국정 동력 자체를 위협하고 있지만 ‘돌 던져도 맞고 가겠다’며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대통령이 아닌 남편으로서 온정적 태도로 대하고 있고, 이 때문에 참모들도 나설 수 없게 된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시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동아시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참모들은 김 여사 문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직접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김 여사 사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국정에서의 분리, 특별감찰관 임명 등은 모두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실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가 유학을 간다거나, 국정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그걸 참모들이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 사과 문제 같은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단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선 김 여사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무력감도 느껴진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정부의 최대 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부부 금슬이 좋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버리는 그림이 나오면 지지율이 오르겠느냐. 해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한 친윤석열계 의원은 기자에게 “김 여사 문제를 적극 대응하고 싶지만 팩트 확인부터 여러 가지 과정이 당에서 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용산이 상당 부분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 친윤계 인사는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총선도 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여사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 공적으로 대응한다거나 엄격하게 대응한다는 이미지를 주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한 KBS와의 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가방을 준 최재영 목사 같은 인사를)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 (상대를)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에서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청에 대해 “집사람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박절하지 못했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표현은 사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읽힌다. 남편으로서의 대응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해명과 대응을 외면하는 사이 김 여사가 대통령 배우자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했다.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 녹취록), “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끊어지면 적극적으로 남북문제 (해결에) 나설 생각”(최재영 목사 면담 녹취록) 등 김 여사 발언들도 이런 의혹을 키웠다.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제기한 강혜경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윤 대통령은 칼을 잘 쓰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은 ‘무사’, 김 여사는 그의 어깨에 올라탄 ‘주술사’에 비유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정권을 함께 운영하는 권력 공동체’로 규정했다.

김 여사 문제는 부인할 수 없는 여권의 최대 리스크가 됐다. 당정 갈등도 김 여사 문제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윤·한 1차 갈등은 지난 1월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저격했을 시점에 발화됐다. 이번 2차 윤·한 갈등도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해 김 여사 라인 인적쇄신 등 3대 요구를 내놓으면서 심화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김 여사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정 동력은 전반적으로 빠지고 있다. 한 대표와의 대결 구도에서도 김 여사 문제가 약점이 돼 주도권이 넘어가는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세웠던 공정 이미지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한 친한동훈계 인사는 통화에서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윤 대통령과 정부를 살리는 길”이라며 “김 여사 문제가 해결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 문다혜씨 논란 이런 문제들도 반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사 때문에 이런 문제들도 결국 묻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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