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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각자 할 말만 하고 헤어진 ‘윤-한 회동’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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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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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만났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연일 김 여사 관련 의혹이 폭로되면서,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향후 ‘결단’에 따라 정권의 명운이 결정될 것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한 대표가)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 필요성을 말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회동에서 △‘여사 라인’ 등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한 적극적 협조 등 3대 요구안을 거듭 제시했고, 특별감찰관 임명과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필요성을 건의했다고 박 비서실장은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한 대표의 발언만 전했을 뿐, 윤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선 “용산에 확인하라”며 언급을 피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났는데도 브리핑에서 합의 사항은커녕, 당대표의 ‘건의 사항’만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의 답변은 언급하지 않고 “대화 주제에 제한 없이 1시간20분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고만 했다. 한 대표의 요구 사항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기껏 만나 견해차만 확인한 셈이다.



이날 회동은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추석 직후 한 대표가 김 여사 사안 등을 앞세워 ‘독대’를 요청한 이후, 한달여간 독대 성사 여부가 화제가 될 만큼 양쪽의 불신이 깊은 상태였다. 서로 할 말만 하고 헤어진 회동 결과도 이를 반영한다. 하지만 정국 상황은 양쪽이 기싸움에 몰두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김 여사 의혹이 정권의 위기로 확산되고, 모든 국정과제가 ‘김건희 블랙홀’로 빨려드는 비정상적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김 여사 의혹과 이를 방치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이미 한계치에 이르렀다. 20% 초반(한국갤럽 기준)까지 떨어진 국정 지지율은 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경고등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선 어떠한 국정과제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은 정권이 ‘식물 정권’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면담을 요식행위 정도로 여기고, 김 여사에 대한 과감한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민심의 거센 분노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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