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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 시행 전 상품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 묻는 사례가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수익률에 민감한 젊은 고객 사이에서는 이미 사전 조사까지 마치고 전문가를 통해 사후 검증을 받으려는 경우가 많아요."(최정연 KB국민은행 프라이빗뱅커(PB))
이달 31일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종전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다른 금융사로 옮겨 탈 수 있는 실물 이전 서비스가 시행된다. 이른바 연금 분야에서의 '갈아타기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것인데, 400조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연금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878억원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은행권에 잔액으로 잡혀 있고, 증권사와 생명보험사가 2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잔액이 많은 은행사는 수성에 올인하고 있고, 증권사와 보험사들은 어떻게든 빼앗아 오려는 의지가 강하다.
수익률은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경쟁에서 주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매일경제가 금감원의 최근 1년간 퇴직연금 사업자 잠정 실적(3분기 기준)을 분석한 결과 금융사에 따라 최대 13%포인트 수익률 차이가 났다.
특히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에서 격차가 컸다.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급여형(DB)에서 수익률 최상위와 최하위 업체 간 차이는 13.16%포인트에 달했다. 삼성화재해상보험이 18.3%로 가장 높았고, iM뱅크(13.48%), KB증권(12.63%), 신한은행(12.32%)이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7.31%), 신한투자증권(5.14%)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근로자가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기여형(DC)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 격차도 9.43%포인트로 컸다. BNK경남은행(16.01%), 미래에셋생명(15.14%), 교보생명(14.53%)이 롯데손해보험(7.62%), DB손해보험(6.58%)과 격차를 벌렸다.
개인형퇴직연금(IRP·퇴직급여를 근로자 계좌에 적립하는 상품) 부문 역시 상하위 업체 간 수익률 차이가 12.19%포인트로 컸다. 반면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리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 수익률 격차는 1~5%포인트대를 기록했다.
대체로 단기 수익률은 지방은행과 증권사, 보험사가 높았다. 이들 업체는 은행권에 비해 연금 적립금도 적어 실물 이전 서비스 이후 수익률을 바탕으로 영업 공세 수위를 대폭 높일 전망이다. 전체 적립금의 절반 이상(51.8%)을 쥔 은행은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 강화, 전문화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무기로 수성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4대 은행 적립금 규모는 155조원으로 전체 은행권의 80%를 차지한다.
KB국민은행은 제도 시행에 대비해 전사적으로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해 대비 중이고 하나은행은 상장지수펀드(ETF), 채권으로 투자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은행의 애플리케이션인 'SOL뱅크'에 퇴직연금 메뉴를 고도화하고, 현재 358종인 펀드 개수를 55개 늘린 413개로 확대한다. 우리은행은 연금다이렉트 마케팅팀을 신설해 맞춤형 상담 수요를 끌어온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10년 이상 장기 수익률은 금융권을 통틀어 2%대로 저조했다. 경쟁 촉진을 통해 운용 능력을 더 끌어올리는 게 과제로 평가된다. 특히 저출생·고령화로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해지면서 퇴직연금 시장 발전이 절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인구 구조 변화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재정 부담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아직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은 미흡하지만 2050년께 국민연금을 초과하는 최대 노후기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퇴직연금에 가입한 후 40년이 지나면 소득대체율(생애 소득 대비 노후 연금 수령액 비율)이 최대 20%대에 이를 것"이라며 "퇴직연금 정책과 전체 노후소득 보장 체계를 통제할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 이희조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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