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1 (월)

우크라 저항 상징 마리우폴 제철소, 푸틴 측근 '전리품' 전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체첸 수장 카디로프, 일리치 제철소 장악…"생산라인 일부 뜯어가"

"프리고진 배신 와중 충성심 증명한 측근에 특혜 준 듯"

연합뉴스

마리우폴이 함락된 2022년 5월 18일 일리치 제철소 앞에서 촬영된 사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저항정신을 상징했던 흑해 연안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제철소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충견'을 위한 전리품으로 전락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체첸공화국의 수장인 람잔 카디로프는 측근인 바크히트 게레메에프를 마리우폴에 파견, 일리치 제철소를 완전히 장악한 상황이다.

일리치 제철소는 전쟁 전까지 역시 마리우폴에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와 함께 유럽 최대 제철시설 중 하나로 꼽혔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에는 우크라이나군 해병대 병사들이 도시를 포위한 러시아군과 체첸군에 맞서 결사항전을 펼친 장소이기도 하다.

도시 전역을 폐허로 만든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과 3개월 가까이 이어진 항전의 여파로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재건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졌으나, 일리치 제철소는 심각한 피해에도 일부 기능이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리치 제철소 정문에는 카디로프의 초상과 체첸군 로고가 장식돼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 주민들은 제철소에서 압연강판을 실은 트럭이 나와 러시아로 향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카디로프는 2022년 8월 마리우폴에서 'LLC 일리치 MMK'이란 기업을 설립했고, 서류상 이 회사는 게레메에프의 25살 난 아들 발리드 바크히토비치 코르차긴과 러시아군과 연계된 사업가 유리 무라이가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일리치 제철소의 원소유주인 우크라이나 철강기업 메트인베스트(Metinvest)는 전했다.

게레메에프는 최근 온라인에 올린 영상에서 일리치 제철소에선 현재 폐금속과 철부산물 재고 등만 처리할 수 있다면서 2026년께 문을 다시 여는 것을 목표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메트인베스트는 전쟁 발발 직전 설치된 2억2천만 달러(약 3천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일리치 제철소내 생산라인을 카디로프 등이 해체해 러시아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친러 인사들로 구성된 현지 당국은 약 6개월간 13만t 상당의 철부산물을 일리치 제철소에서 실어냈다고 지난 3월 밝히기도 했다.

작년에는 역시 카디로프와 연관된 인물인 알라쉬 다다쇼프가 일리치 제철소 공동 소유주로 합류했고, 마리우폴에서 산업용 가스를 수출하는데도 관여하고 있다.

그에게서 산업용 가스를 사들인 고객 중에는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도 포함돼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처럼 카디로프가 일리치 제철소를 전리품으로 챙길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이번 전쟁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했다는 점이 꼽힌다.

그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상연결로인 마리우폴을 점령하는데 한 팔을 거들었을 뿐 아니라, 2007년 체첸공화국의 수장이 된 이후 '푸틴의 충견'이란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흔들림 없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해 왔다.

카디로프가 일리치 제철소 접수 임무를 맡긴 게레메에프의 경우 조카와 수하가 2015년 반(反)푸틴 운동에 앞장서던 러시아 야권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암살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푸틴의 총애를 두고 카디로프와 한때 경쟁하는 관계였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작년 무장반란을 벌였다가 의문사했다.

이후 바그너그룹 잔당을 흡수한 카디로프는 자신의 병사들을 바흐무트 등 격전지로 보내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더욱 두텁게 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정부와 카디로프, 게레메에프, 코르차긴, 무라이 등은 이러한 보도와 관련한 질의에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WSJ은 덧붙였다.

hwangc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