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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 곳곳에서 아파트 개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수도권 급행광역철도(GTX) 등 신규 철도역이나 신도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의 지명을 포함한 새 이름 짓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명으로 인한 집값 상승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아파트 단지명과 가격 사이 연결점이 흐릿하다는 반응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광명시 ‘광명역세권 휴먼시아5단지’는 ‘광명역세권메트로포레’로 이름을 바꿨다. 인근 3·4단지도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 광명역까지는 약 1.6㎞로 도보 27분 거리라 역세권은 아니지만, 광명역세권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점을 강조해 ‘메트로’를 추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양시 ‘호반베르디움22단지’ 또한 신규 명칭 공모에 나섰다. 후보로 제시된 이름은 ‘호반써밋창릉’, ‘창릉호반써밋’, ‘창릉호반써밋센트럴파크’ 등이다. 호반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써밋’과 지명 ‘창릉’이 공통으로 들어갔다.
2027년 신설 예정인 GTX-A 노선 창릉역의 철도 호재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개통 시 고양시에서 서울역까지 환승 없이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실제 이 단지와 창릉역 사이 직선거리는 2.8㎞로, 차로도 10분이나 걸린다.
화성시 ‘동탄청계숲사랑으로부영’도 GTX-A 노선 동탄-수서 구간 개통에 맞춰 ‘동탄역 더힐’로의 개명을 마쳤다. 동탄역까지는 1.6㎞ 거리를 가야 해 도보로 32분이 걸린다. 역세권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동탄역과의 연결을 강화해 집값 상승을 노리는 입주민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신도시가 자리 잡으며 기존 명칭 변경을 고민하는 단지도 있다. 인천시 서구 ‘힐스테이트불로포레스트’ 입주예정자협의회(입예협)는 ‘힐스테이트 검단 포레스트’로의 단지명 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징구했다.
검단신도시에 속한 신축 아파트임에도 ‘검단’이 아니라 ‘불로’라는 행정구역명이 붙어 구축 단지라는 이미지가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추후 검단에 인천 지하철 1호선과 서울 지하철 5호선 등이 지난다는 교통 호재가 들려오는 것도 이유가 됐다.
아파트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입주민 80% 이상 동의 △(아파트 브랜드명이 포함될 경우) 시공사 동의 △관할 지방자치단체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에도 개명을 거치는 아파트가 많은 건 이름이 곧 집값을 결정한다는 것이 전제로 활용돼서다. 이름에 상급지명이나 신설 역, 신도시 이름을 붙여 호가를 높이는 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아파트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집값이 지역별로 양극화되면서 입지 즉 로케이션의 중요성이 자산가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집값 상승 흐름이 꾸준하고 고급 유효수요가 밀집한 지역이나 교통망이 잘 발달한 곳은 지명을 아파트명으로 활용해 호재를 강조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명에 브랜드를 추가하면 집값에 변동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반면 특정 지명과 집값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2006년 이후 단지명을 바꾼 서울 내 9개 아파트 가격을 조사한 결과 인지도 높은 브랜드로 명칭을 변경한 아파트 가격이 인근 아파트보다 연평균 7.8% 올랐다.
현동우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부교수는 “브랜드와 연관된 경우 긍정적인 명칭 변경 효과는 나타났으며 지역명이 포함된 명칭 변경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내지 못했다”며 “브랜드로의 명칭 변경으로 인한 집값 상승효과 또한 지역 주택 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해당 아파트에만 국한됐다”고 말했다.
실제 행정구역과 과도하게 동떨어진 지명을 붙인 아파트 이름은 반감을 사기도 한다. 4월 서울 동작구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조합은 아파트 단지명을 ‘서반포써밋더힐’로 짓기로 했다가 철회했다. 흑석동은 동작구, 반포동은 서초구인데 ‘서반포’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아파트값 상승을 노린 '꼼수 작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법원에선 아예 행정구역이 달라 위치 파악에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단지명으로의 변경은 승인하지 않는다. 2020년 서울 양천구 ‘신정뉴타운롯데캐슬’은 ‘목동센트럴롯데캐슬’로의 변경을 추진했지만 구청이 반려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지명을 바꾸기 위해 행정소송을 불사했으나 결과는 똑같았다. 법원은 “해당 단지가 속한 법정동은 신월동인데 목동으로의 명칭 변경을 허가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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