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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주차장서 해부학 실습" 발언에 발칵…"돌팔이 의사 양성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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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총장 국감서 "주차장 부지에 대체 교실 마련"

교수들 "실습 불가, 돌팔이 양산 부추겨"…정부 "충분히 가능"

뉴스1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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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지난 7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 의과대학 교육에 대한 문제가 잇따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 내년 의대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의료계의 우려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20일 밤 자신의 SNS에 "국립대 총장이라는 분이 해부학 실습을 주차장에서 하겠다고 거리낌 없이 말씀하신다. 이건 시신을 좋은 의도로 기증해 주신 기증자한테도 누가 되는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임 회장의 이 같은 메시지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충북대·충남대·충북대병원·충남대병원 국정감사에서 나온 고창섭 충북대 총장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고 총장은 "충북 의대를 다녀와보니 200명 교육은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현재 예정돼 있는 의대 4·5·6호관과 해부학 실습동이 신축된다면 교육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 시설들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주차장 부지에 대체 교실을 마련해 수업을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의대생을 수용할 수 없는 공간이 당장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완공 전까지 주차장 부지에 임시 교실을 마련해 수업을 듣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안대로 증원시 교육이 불가능할 거란 주장은 충북대 의대에서 가장 강하게 제기돼 왔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충북대 의대의 정원은 49명이지만 정부의 증원 정책에 따라 내년부터는 당장 정원이 125명, 내후년부터는 200명으로 전국 의대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충북대 의대 교수들은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반발해왔지만 고 총장은 "가능하다"며 정부를 지지해 충돌을 빚어 오다, 결국 충북의대·충북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이자 '필수·지역의료 상징'이었던 배장환 심장내과 교수가 교수직을 내려놓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생명에 대해 공부하는 의대 교육은 이론 수업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특성상 의료계의 우려는 계속돼 왔다.

지난 18일 새벽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SNS에 "7500명. 단언컨대 교육 불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휴학계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의대생들이 내년에 복귀한다면 신입생을 포함해 1학년생만 7500여 명에 달해 수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 비대위원장은 "경북대의 교육 환경은 열악하다.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본과 4학년 시절,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며 도서관 에어컨과 전등을 끄고 공부하던 학생을 쫓아내던 학교이고, 실습 기자재가 부족해 일회용품을 재사용하라 지시하던 학교"라며 "수술용 실 하나를 고이 받아들어 이미 너덜너덜해진 모형 위에 아끼고 아껴가며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고 올렸다.

이는 그 전날인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북대 의대에 현장을 다녀온 의원들이 의대 시설 노후화 등을 비판하자 경북대 의대를 나온 박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말을 보탠 것이다.

의사 출신인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도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7500명 교육은 이론 수업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소신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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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화하고 있는 모습. 2024.8.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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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박 비대위원장이 "7500명. 단언컨대 교육 불가"라는 글을 올린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국 40개 의대에 분산되고 예과 1학년 교육 특성상 대비를 하면 가능하다"며 "분반을 하든지 공간을 미리 예정하든지 해서 충분히 대비하면, 정확한 인원을 산정해 대비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의과대학 교수는 "강의, 실험, 실습, 소규모 강의 토론, 해외파견, 선택 실습 등 다 누가 챙기고 가르치나. 교육부에서 직접 교육할 건가"라면서 "의학교육 전문가들이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그렇게 외쳐대도 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유지하도록 도와야할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 거짓말을 반복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도 "백 번 양보해서 이론은 교육한다 해도 실습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우리가 그렇게 교육한다고 해도 정부에서 뜯어말려야 할 판에 되레 부실교육을 부추기면서 돌팔이 의사를 양산할 계획을 짜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21일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불법적인 의대증원과 반헌법적인 대학교육 자율성 훼손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고 정부의 행보에 항의했다.

집회에 참석한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은 "의과대학의 교육의 전문성은 현장에서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며 각 대학이 독자적으로 학문적 자유와 행정의 자율성을 보장받아야만 비로소 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의과대학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무시된다면 다른 단과대학도 마찬가지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희복 충북의대 비대위원장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의대 증원이 되려면 최소 2년 전에 모집요강을 내고 고2 재학생들이 변화된 입시요강에 맞추어 대학입시를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교육법을 어기고 교육자의 양심을 버렸다"며 "정시모집부터는 총 모집 정원 3058명에 맞게 감원해서 선발하고 증원은 2026년부터 의정간 논의를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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