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영국 런던의 한 슈퍼마켓에서 직원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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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전 세계를 휩쓴 고물가 시대가 막을 내리는 데 각 나라의 통화정책 공조가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염병, 전쟁 등이 촉발한 공급망 마비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개별 나라의 중앙은행이 단독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통화정책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22일(현지시각) ‘세계 경제 전망’ 발표를 앞두고 최근 공개한 정책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는 첫 장에서 세계 경제 전망 및 정책 권고를 제시하고, 그 뒤의 장에 경제 현안에 관한 자체 조사 보고서를 담는다.
국제통화기금은 ‘대대적인 긴축: 최근 인플레이션 사례에서 얻은 통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차원의 긴축은 개별 나라의 통화정책에 비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무역 가능한 상품, 특히 원자재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공급망 마비된 데 이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도 치솟으며 전 세계는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았고, 유럽연합도 같은 해 10월 물가상승률 10.6%를 찍었다. 한국 역시 2022년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년 만의 최고치인 6.3%를 기록했다.
당시 각 나라는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각 중앙은행들이 개별적인 판단에 따라 금리 인상을 시작했는데, 이런 조처들이 전 세계적인 고물가를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실제보다 3분기 먼저 금리를 인상했다면 물가상승률 정점이 약 2%포인트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긴축이 지연됐을 경우엔 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이번 분석의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건 물가 인상을 억제한 ‘경로’다. 글로벌 재화 시장은 ‘원자재→중간재→최종상품→수출’의 흐름이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진다. 국제통화기구의 분석결과 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질 수록 농업, 광업, 에너지 등 원자재 부분에서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에미네 보즈 국제통화기금 연구국 부서장은 “글로벌 긴축정책 공조는 원자재 등 무역이 가능한 상품의 가격에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하방 압력을 가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공급망 맨 앞단부터 긴축의 효과가 발생해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천소라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보고서는 글로벌 공급망 마비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고금리 기조는 한국은행 자체적인 통화정책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적인 통화정책 공조와 함께 공급망 및 에너지 공급 다변화 등에도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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