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1 (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이 빅테크 때리자, 팀 쿡도 트럼프로 돌아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빅테크 기업에 전 세계적 규제… 거물 CEO들 ‘스트롱맨’ 원한다

조선일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17일 뉴욕에서 열린 '알프레드 E. 스미스' 만찬에 참석해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19일 미 대선의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유세를 했다. 그러면서 펜실베이니아 유권자가 자신이 설립한 정치활동위원회(PAC)의 수정헌법 1·2조 청원서에 서명하면 “(11월) 대선일까지 매일 무작위로 선정된 한 명에게 하루 100만달러(약 13억7000만원)를 지급할 것”이라는 ‘당근’을 던졌다. 머스크는 자신의 청원에 서명할 경합주 유권자를 추천하면 47달러를 주는 별도 캠페인을 지난 7일부터 4주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그는 지난 17일 유세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면 온 나라가 (황폐해진 미래를 그린) ‘매드 맥스’처럼 되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X(옛 트위터)의 소유주이기도 한 머스크는 ‘정치적 올바름’을 과도하게 중시하는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X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오가는 메시지를 통제하려 한다고 비난해 왔다.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머스크는 지난 7월부터 3개월 동안 트럼프를 위해 7500만달러(약 1000억원)를 기부했다. 트럼프는 최근 “대통령에 당선되면 머스크가 기술 부문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선 시 머스크의 입각까지 시사한 상태다.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에 도전하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빅테크 기업들의 밀착이 가속되고 있다. 머스크처럼 대놓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경영자도 있는 한편, 물밑에서 트럼프에게 선(線)을 대려는 테크계 경영진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기업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 차기 미 대통령이 이 기업들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민주당인 조 바이든 정부가 빅테크 기업 규제를 강화해온 것과 달리 트럼프는 암호 화폐를 비롯한 신(新)산업에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빅테크 규제도 ‘미국 우선주의’의 관점으로 접근해 미국 테크 기업엔 호의적일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이에 ‘실리콘밸리는 민주당 표밭’이라는 공식이 흔들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전화를 걸어와 최근 유럽연합(EU)이 애플에 부과한 천문학적 과징금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17일 말했다. 트럼프는 통화에서 “유럽이 미국 기업들을 이용하도록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날 팟캐스트 채널에 출연한 트럼프는 “(채널에 나오기) 두세 시간 전에 팀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며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쿡이 언급한 과징금에 대해 “그건 너무 큰 돈”이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단은 11월 대선에서 내가 당선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반(反)독점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18억유로(약 2조7000억원)를 부과했다. 애플은 또 2016년부터 진행된 EU와의 세금 체납 소송에서 지난달 최종 패소해 130억유로를 내야 하고, 미 법무부 등에서 반독점 소송을 당한 상태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쿡에게서 ‘유럽이 (애플이 낸 돈을) 그들의 기업을 지원하는 데 쓰고 있다’는 매우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 우리 기업들이 이용당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과거 재임 시절 쿡이 전화를 걸어와 삼성전자를 지목하면서 “관세를 안 낸다”고 말했던 일도 언급했다.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폭스콘은 당시 중국에 제조 시설을 두고 있어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의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에 폭스콘 공장을 짓도록 하는 대신 관세 부과를 면제해 줬다고 자랑했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도 유세 때마다 중국에 대한 60~100% 관세를 공언하고 있어, 여전히 폭스콘 의존도가 높은 애플 입장에선 관세가 다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트럼프는 지난 15일 존 미클스웨이트 블룸버그 편집장과의 대담에서 최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통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트럼프가 피차이 CEO에게 전화를 걸어 “나에 대한 좋은 기사가 많은데 구글에선 접할 수가 없다”며 ‘트럼프’ 검색 결과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고, 피차이는 이에 대해 “구글에 올라오는 기사를 통틀어 당신이 1위”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담 중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해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자신이 구글의 팬은 아니라면서도 “(기업) 분할이 회사를 파괴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구글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8월 미 정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고, 미국 법무부는 일부 사업 강제 매각 등을 통한 ‘구글 쪼개기’를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지난 8월엔 메타(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트럼프에게 전화해 한 달 전 있었던 암살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저커버그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까발렸는데, 메타 측은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금 그가 보여주는 모습이 (과거 민주당을 지지할 때보다는) 훨씬 좋다”고 했다. 2021년 ‘1·6 의회 습격 사태’ 이후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이 일었던 페이스북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