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0 (일)

김건희 ‘오빠’ 결정타, 민심 둑 터졌다…이젠 여야 합의 특검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갈라 만찬에 참석해 손사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의 만찬사에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와 과거에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를 10월15일 공개하면서 정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에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



명태균씨의 문자 공개 직후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랴부랴 이런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명태균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다. 대통령 부부와 매일 6개월간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내놓은 입장은 대통령실 관계자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대통령실 내부 조율과 절차를 거쳐서 나온 것입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의 신속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우리 오빠’가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문자를 공개한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 친오빠가 맞다”고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도, 많은 사람이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감싸는 사람들이 초기에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을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잘못된 해명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10월16일 ‘시비에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저는 그렇게 호칭하는 건 들어본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듣거나 본 사람이 많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10월17일 ‘엠비시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자신이 직접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도 10월15일 낮 기자들에게 “영부인이 대통령한테 우리 오빠라고 하는 거 나는 되게 자주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와중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의 ‘김건희 라인’ 쇄신 요구에 대해 “최종 인사 결정권자는 대통령으로, 대통령실에는 비선 운영 조직이 없다”고 너무나 뻔한 거짓말을 했습니다. 초기에 잘못된 내용이나 거짓말로 해명하면 그 뒤를 잇는 해명 전체의 신뢰가 떨어지는 법입니다.







‘김건희 어록’의 강렬한 기시감





둘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김건희 여사가 과거에 했던 ‘막말’을 소환했기 때문입니다.



김건희 여사는 대선 전 ‘서울의 소리’ 기자와 통화하며 상당히 많은 ‘어록’을 남겼습니다. 그중에서 남편을 심하게 비하하는 표현으로 ‘걸크러시’라며 오히려 환호를 불러일으킨 내용이 있습니다. 2023년 2월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가 소개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지, 저 사람 완전 바보다.”



“(남편이) 멍청해도 말을 잘 들으니까 내가 데리고 살지, 저런 걸 누가 같이 살아주겠어요? 인물이 좋나, 힘이 세나, 배 튀어나오고 코 골고 많이 처먹고 방귀 달고 다니고…. 당신 같으면 같이 살겠어요?”



시간이 흐르며 구체적인 표현은 많이 잊혔지만 그때의 자극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이번 대화록에 나오는 ‘철없이 떠드는’ ‘무식하면’ ‘지가 뭘 안다고’라는 자극적 표현을 보고 사람들이 쉽게 ‘우리 오빠’를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단정한 이유입니다.



한겨레

명태균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록.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쨌든 명태균씨의 폭로를 계기로 정국은 김건희 여사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는 뭔가를 툭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우리 오빠’가 누구인지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게 됐습니다.



10월16일 서울시 교육감,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곡성군수를 선출하는 재보궐선거를 치렀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사는 재보궐선거가 아니라 김건희 여사였습니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가 10월16일치 ‘조선칼럼’에 “나라인가, 아내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와 아내,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 이어 조선일보가 김건희 여사 사법처리 불가피론에 가세하고 나선 것입니다. 10월17일치 조간신문에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칼럼이 여러 편 실렸습니다.



“야권은 더 세진 ‘김건희 특검법’을 들이밀 것이고, 윤 대통령이 또 거부권으로 맞서면 보수층도 더는 참아주기 어렵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고 하면 김 여사는 흡족할지 몰라도 대통령 부인 한 사람 지키기 위해 나라가 흔들려선 안 될 일이다.”(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국민들이 언제까지 여사의 이런 처신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대통령실이 2류, 3류들에게 농락당한 장면을 목격하면서 구정물을 함께 뒤집어쓴 느낌이다.”(조선일보 김창균 칼럼)



“윤 대통령, 나라와 부인 사이에서 결단할 때다”(중앙일보 강찬호의 시선)



“여사 문제 앞에 허망해진 ‘공정과 상식’”(중앙일보 이현상 중앙시평)



10월18일치에도 이어졌습니다.



“재·보선 후 윤·한 독대, ‘김건희 문제 결단해야”(경향신문 사설)



“대통령, 부인 문제 비장한 결단 해야”(중앙일보 김정하의 시시각각)



“윤 대통령, 마지막 결단만 남았다”(한국일보 이준희 칼럼)



이 정도면 둑이 터졌다고 봐야 합니다. 민심의 지지를 등에 업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17일 아침 최고위원회에서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첫째,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필요하다. 인적 쇄신은 꼭 어떤 잘못에 대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치,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서 필요한 때 과감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이 그럴 때다. 둘째,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 활동 중단해야 한다. 셋째, 나아가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한겨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한 대표의 시각차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정면으로 겨냥해 공세를 퍼부은 바로 이날 민주당은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입니다.



한동훈 대표의 요구 사항 중에는 셋째에 포함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필요한 절차’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기 때문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필요한 절차’는 특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건희 정국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두 차례 고비가 있습니다.



첫째, 오는 21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회담입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납니다. 한동훈 대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진노도 가시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두 사람이 과연 김건희 여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수습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또 그 수습안을 과연 국민이 받아들일까요?



이론적으로는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해서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내용에 대한 협상을 벌여 여야 합의로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동의와 수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야 합의로 특검법이 관철된다면 민주당도 타협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임계점을 넘어선 국민의 분노를 고려하면 특검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여권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이게 최선의 방책일 것 같습니다. 가능할까요?







대통령을 움직이는 퍼스트레이디





둘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입니다.



첫번째 고비에서 정치적 타협에 실패하면 ‘강 대 강’ 충돌 이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민주당은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성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입니다. 그 뒤에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재의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똘똘 뭉쳐서 특검법을 막아줄까요?



10월4일 두번째 특검법 재의결 투표에서는 “반대해달라”는 한동훈 대표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의원 4명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 한동훈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은 20명 안팎입니다. 한동훈 대표가 이들에게 굳이 찬성표를 던지라고 주문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력을 다해서 막지 않으면 특검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검법이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지게 됩니다. 국민의힘은 분열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야당이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국정은 마비되고 정치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서울 서초갑)이 2007년 7월 출판한 ‘한국의 퍼스트레이디’라는 책이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부인들에 대해 쓴 책입니다. 서문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대통령에게 운명처럼 따라다니는 고독과 과도한 업무는 대통령 부부를 그전보다 훨씬 더 친밀하게 만든다고 한다. 대통령에게는 권력의 정점에서 고립된 자신과 현실 세계 사이를 이어 줄 생생한 여론 전달자가 필요한데, 통상적으로 배우자가 그런 역할을 중심적으로 담당한다.



그래서 영부인은 사람들의 상상보다 훨씬 더 깊이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한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은 대통령이지만, 그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은 퍼스트레이디인 셈이다.”



그런데 바로 그 퍼스트레이디가 문제를 일으켜서 사달이 났습니다. 나라의 망신이요, 위기입니다.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우리에게는 지금 분노보다도 지혜가 더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