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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572조 날린 'ASML 쇼크'에도 TSMC 웃나…2위 삼성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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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으로]

머니투데이

/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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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핵심 장비를 독점하고 있는 '슈퍼을' ASML이 부진한 3분기 실적을 거두면서 삼성전자의 고심도 깊어진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표로 불리는 ASML의 부진이 침체된 업황을 대변한다는 전망과, 파운드리(위탁 생산) 선두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ASML 쇼크'의 여진이 올해 하반기~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ASML은 지난 16일 3분기 장비 예약 액수가 3조 86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8조 3200억원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고 밝히면서 내년 매출을 최소 44조원으로 예측했는데, 시장 전망치(53조원)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같은 날 미국과 아시아의 대형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은 약 572조원 감소했다.

ASML의 부진이 'ASML 쇼크'로 비화한 것은 ASML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TSMC 등 대형 반도체기업이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투자를 선제적으로 줄였고, ASML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댄 허치슨 테크인사이츠 부사장은 "삼성과 인텔, TSMC가 생산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고 장비 주문을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파운드리 침체가 장기화되면 홀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1위 TSMC로의 주문 집중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TSMC는 강력한 첨단 공정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62.3%(2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삼성전자(11.5%)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모바일·TV 등 제품 대신 AI용 반도체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주요 고객사가 수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삼성 파운드리를 선택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TSMC가 시장 부진 대응을 위해 가격을 더 인상시키고,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TSMC는 이미 3나노 공정의 가격을 20% 이상 인상시켰으며, 내년 2나노 공정에서도 40~50% 수준의 가격 인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더 인상시키더라도 첨단 공정 점유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칩 설계업체들이 원가 부담 해소를 위해 AI반도체 등 수요가 강력한 분야를 제외한 곳에서 주문을 줄이면, 레거시(범용) 제품 등 일반 공정 수요가 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ASML은 "AI 반도체 붐에도 다른 반도체 부문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AI 반도체 외 CPU 등 로직 칩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추가 증설을 제한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AI 반도체 부문의 대형 고객사 확보가 없다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파운드리 시장이 스타트업이나 중소 업체의 주문보다는 빅테크의 주문에 집중되면서 대형 고객사의 확보 여부가 실적을 판가름하게 됐다"며 "IT(정보기술) 반도체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대형 고객사 공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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