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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제거 0순위’ 신와르, 19세 이軍 훈련병에 쫓기다 주택가서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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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수장 사망… 중동戰 새 국면

순찰중인 이 훈련병들과 맞닥뜨려… 건물로 피신했다 포격으로 숨져

美해리스 “하마스와 휴전협상” 압박… 네타냐후 - 하마스 모두 “전쟁 계속”

동아일보

1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의 시신(점선 안). 그는 하루 전 가자지구 남부 텔술탄의 주택가 건물에서 포격으로 숨졌다. 사망 직전 자신을 탐지하려는 이스라엘군 무인기(드론)를 쫓으려 나무 막대기 등을 던지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사진 출처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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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와르의 생전 모습. 사진 출처 ‘X’


“순찰을 돌던 19세 이스라엘 군인들이 신와르를 발견했다.”

이스라엘군의 보병 분대장 양성조직 ‘828비슬라흐’ 여단의 19세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16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인근 텔술탄에서 맞닥뜨려 그의 제거까지 이끌어냈다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17일 보도했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 당일 이스라엘 민간인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인질로 붙잡는 작전을 주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런 신와르를 줄곧 ‘제거 0순위’로 천명하고 40만 달러(약 5억4800만 원)의 현상금도 걸었다. 하지만 그는 1년 넘게 이 추적을 피했다.

특히 신와르는 베테랑 병사나 정보요원이 아닌 어린 훈련병들의 일상적인 순찰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초 그가 가자지구 곳곳에 있는 지하 땅굴 깊숙이 은신했으며 ‘인간 방패’ 용도로 이스라엘 인질까지 대동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텔술탄 주택가에 홀로 있었고 인질도 대동하지 않은 채 최후를 맞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 모두 ‘신와르 사망과 종전은 별개’라며 전쟁을 계속할 뜻을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17일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하마스가 속히 인질을 석방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자 하마스 간부 칼릴 알하이야는 18일 AP통신에 “가자지구의 이스라엘군 철군이 없으면 인질 송환도 없다”고 맞섰다.

● 신와르인 줄 모르고 제거 후 신원 확인

신와르 제거는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이 아니라 우연에 가까웠다. 16일 828여단 병사들은 텔술탄 일대를 순찰하던 중 3명의 무장세력과 맞닥뜨렸다. 3명 중 1명이 주거용 2층 건물로 피신했고 이스라엘군은 무인기(드론)로 그가 건물 내에 살아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때 10대 훈련병들의 보고를 받은 828여단 대대장이 건물에 포격 명령을 내렸고 전차 포탄 등으로 그를 제거할 수 있었다. 이 1명이 바로 신와르다.

BBC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당초 제거한 사람이 신와르임을 알지 못했다. 시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눈 근처의 독특한 점, 삐뚤빼뚤한 치아 등이 신와르와 놀랍도록 닮았음을 인지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들이 신와르의 시신에 ‘부비트랩’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 등을 우려해 지문이 있는 시신의 손가락 일부만 잘라 기초 신원 확인 작업을 거쳤다. 이후 치아 등의 법의학 검사로 최종 확인을 단행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 군인 2명을 살해하고 이스라엘에 협력한 팔레스타인인 4명의 살해를 모의한 혐의로 1989년부터 2011년까지 22년간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됐다. 이를 통해 이미 그의 DNA를 확보했던 이스라엘은 쉽게 신원 확인을 마쳤다.

● 탐지 드론 향해 막대기 던지며 필사 저항

이스라엘군은 17일 신와르의 최후 모습이 담긴 약 20초 분량의 영상도 공개했다. 노출을 피하기 위해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그는 포격으로 완전히 무너진 해당 건물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소파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부상을 입은 듯한 오른팔의 움직임도 불편해 보였다. 그는 자신을 탐지하려는 이스라엘 드론을 향해 잔해 속에 나뒹굴던 나무 막대기를 던지며 위치가 발각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몸부림쳤다.

신와르는 1962년 당시 이집트가 통치하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 캠프에서 태어났다. 1987년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독립 투쟁) 때 하마스에 가담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 하마스의 1∼3인자와 간부를 속속 제거했다. 올 1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대 공습을 단행해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 겸 서열 3위인 살레흐 알 아루리를 제거했다. 같은 해 7월 서열 1위인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신와르의 최측근 무함마드 데이프 또한 제거했다. 하니야 사망 전 2인자였으며 이후 1인자에 오른 신와르 또한 16일 숨지면서 하마스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됐다.

● 해리스, 네타냐후에 “빠른 종전” 압박

11월 5일 미국 대선이 채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신와르도 제거했으니 얼른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체결하라”는 취지로 압박했다.

해리스 후보는 과거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었으나 전쟁 발발 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노선에 반발하는 무슬림계 유권자의 이탈 조짐으로 고민하고 있다. 특히 무슬림이 많은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등의 지지율 조사에서 한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앞섰지만 최근 거의 따라잡혔다.

17일 위스콘신주를 방문 중이던 해리스 후보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존엄성, 자유,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쟁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고 했다.

16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는 20만 명 이상의 무슬림이 거주하는 미시간주에서 각각 47%의 지지율로 동률이었다. 해리스 후보는 같은 날 위스콘신주 조사에서도 48%로 트럼프 후보(47%)에게 불과 1%포인트 앞섰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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