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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사설] “방통위 2인 체제 안 된다” 판결, ‘巨野 횡포’ 방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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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7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1월 MBC에 내린 과징금 1500만원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방통위가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의 ‘2인 체제’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방통위법은) 방통위가 특정 정파에 장악되는 것을 방지하고 상호 견제를 통해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립”했다며 “다수결 원리의 전제 조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최소 3인 이상의 구성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논리’만 보면 그럴듯하지만 방통위가 왜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는지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다.

방통위법이 상임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여당 몫 1명, 야당 몫 2명씩 국회가 추천하도록 정한 것은 분명 ‘정치적 합의’를 염두에 둔 규정이다. 집권한 측이 방통위를 꾸려나가되 야당에도 만만치 않은 견제 장치를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 의석 과반을 훌쩍 넘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이후 자신들의 몫 2명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3월 추천했던 야당 몫 위원을 윤석열 대통령이 결격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임명을 거부해 결국 사퇴하게 만든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은 더구나 여당 몫 위원을 추천하는 데 필요한 국회 본회의 표결도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국회 몫 전체 3명의 방통위원 충원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방통위원 2인 체제는 무효’라는 이번 판결이 판례로 굳어질 경우 앞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을 지속적으로 가로막아 정부의 방통위 운영을 무력화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거야의 횡포를 방조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민주당이 임기가 끝나가는 국회 몫 재판관 3명의 선출을 막아 ‘정족수 7인 미달’로 하마터면 마비 상태를 맞을 뻔했다. 헌재는 헌재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민이 입게 될 피해를 우려해 ‘정족수 조항’ 효력을 정지시켰다. 헌재의 이런 결정 배경을 행정법원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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