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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일상화된 탄핵, 순찰 힘들다고 경찰청장 탄핵 청원까지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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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 청원 동의가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기준인 5만명을 넘어 탄핵소추 안건으로 다뤄질 요건을 갖추게 됐다. 일선 경찰관이 업무에 불만을 품고 탄핵 청원을 올려 일반인 동의를 구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과거엔 내부 제보나 감찰을 통해 해결을 모색했지만 이젠 기관장을 압박하는 탄핵 청원 행태로 나타나고 있어 씁쓸하다.

올 들어 탄핵 청원은 윤석열 대통령 2건을 비롯해 경찰청장, 대법관, 국방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등 6건에 달한다. 2021~2023년엔 없었고, 2020년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2건뿐이었음을 감안하면 최근 우리 사회의 탄핵 불감증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방증한다.

최근 야당의 잦은 탄핵소추 전례가 경찰청장 탄핵 청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18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한 것에 대해 검찰총장을 탄핵소추하기로 했다. 앞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 다수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해온 마당에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다만 일선 경찰관들이 탄핵 청원에 나선 것은 사회 기강 차원에서 전혀 다른 문제라 우려스럽다.

경찰청장 탄핵 청원의 단초는 최근 실시된 '지역관서 근무 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시간 이상 정차한 순찰 차량은 경찰관이 사유를 입력하도록 해서 긴급신고 처리 대응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하지만 청원을 낸 경찰관은 "과로사와 자살, 졸음운전 사고를 부르는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라고 했다. 경찰의 순찰 업무 과중을 이해하더라도 탄핵으로 불만을 풀려는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탄핵은 엄격한 근거와 절차를 요하는 매우 신중한 법률행위다. 하지만 현 국회에서 탄핵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지난 7월에는 윤 대통령 탄핵을 요청하는 청원이 143만명 동의를 얻어 국회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비상 상황에서나 벌어질 탄핵이 일상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사회 안정을 위해 '툭하면 탄핵' 행태는 이제 멈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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