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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김여정, 北 사진 도용에 발끈 "외신 썼다…의도에 썩 맞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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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8일 담화를 통해 북한이 사용한 국경 폭발 사진은 한국군의 것이 아닌 외신 영상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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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이 한국군이 촬영한 영상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우리 군의 지적에 대해 "외신에서 갖다 쓴 것"이라고 반박하는 내용의 담화를 18일 발표했다. 이번 담화에서도 '평양 무인기 침범' 사건에 대해선 '한국군 소행'으로 재차 몰아갔다. 전문가 사이에선 "최근 국경 차단과 무인기 사태를 계기로 내부결속을 도모하면서 헌법에 명시한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착화하려는 의도"란 풀이가 나온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 NBC 방송, 폭스뉴스, 영국의 로이터통신과 같은 세계의 각 언론이 보도한 동영상 중의 한 장면을 사진으로 썼다"며 "(한국의 영상 도용 지적은) 몰상식한 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도상으로나 직관적으로 보기에도 좋고 우리의 의도에 썩 맞더라니 쓴 것"이라며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이는 서방 언론이 보도한 영상을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북한 관영 매체들이 출처조차 밝히지 않고 보도했다는 점에서 "억지에 가까운 주장"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7일 합참 관계자는 "합참이 공개한 영상을 북한이 무단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북한 주민에게 알리긴 알려야 하는데 그쪽 지역에서 사진을 못 찍었거나 잘못 나왔거나 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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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7일 보도한 동해선 폭파 장면(왼쪽)과 합동참모본부가 촬영한 동영상 속의 유사 장면(오른쪽) 비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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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은 또 "괴뢰(한국) 언론들도 무리 지어 우리가 촬영해 공개한 두 장의 폭파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해 보도했다"며 "바로 이것이 국제법과 국제적인 기준, 원칙과 보편적 가치를 저들에게 유리하게 마구 악용하면서 남을 해치는 세상에 유일, 대한민국 특유의 술법"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한국 언론도 자신들의 사진과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방송사의 경우 조선중앙TV 영상 등에 대한 저작권료를 북한의 저작권사무국과 계약을 맺은 한국측 민간 단체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지불하고 있다. 다만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대북 송금이 중단된 이후 경문협은 해당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하고 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설립을 주도하고 두 차례 이사장을 지낸 경문협이 송금 중단 때까지 북측에 전달한 금액은 8억원 상당이다. 또 2009년부터 최근까지 법원에 공탁한 돈만 약 3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의 경우 국내 통신사들이 일본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관련 중개회사를 통해 매달 저작권료를 지불하며 합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간 "한국에서 보낸 저작권료가 북한의 또 다른 외화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김여정의 주장과 관련,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히려 우리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북한"이라며 "북한은 베른협약 가입국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른협약은 문학·예술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으로 북한은 2001년 저작권법을 제정한 뒤 2003년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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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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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은 북한이 주장하는 '평양 무인기 침범' 사건과 관련해서도 "합동참모본부가 직분에도 맞지 않게 사진 따위나 만지작거리면서 망신하지 말고 우리 공화국의 주권과 안전에 엄중한 위해를 끼친 중대 주권침해 도발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 규명하라"고 억지 주장을 이어나갔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담화 내용에 대해 "북한이 국경 차단이나 무인기 사태를 내부 엘리트나 주민을 설득시키는 근거로 활용하는 모습"이라며 "기본적으로 김정은이 지시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고착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남측 무인기 평양 영공 침범 주장과 관련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도 평양에서 남한 무인기(드론)를 봤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시스카야가제타와 인터뷰에서 "실제로 10월 8∼9일 밤 0시 30분께 평양 시내 상공에 무인기가 비행했다"며 "우리도 대사관에서 담배를 피우러 발코니에 나갔다가 머리 위에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며 무인기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해당 무인기가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북한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다음 날 현지 경찰이 대사관 주변에서 수거한 남한 전단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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