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 촉발한 '1순위' 표적...1년 만에 제거
신와르 죽음, 이란에 심각한 타격…중동 분쟁 '변곡점'
네타냐후 "전쟁 아직 안 끝났다"…이란 "저항 거세질 것"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와르는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작년 10·7 기습의 핵심 인물로, 중동 정세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동맹국은 신와르 사망 소식에 “평화를 막는 장애물이 제거됐다”며 잇따라 환영 성명을 냈다.
가자지구 전쟁 촉발한 ‘1순위’ 표적...1년 만에 제거
17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전 세계 외교장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스라엘군도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신베트(국내 정보기관)가 1년간 추적한 끝에 어제(16일) 남부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하마스 테러 조직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인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해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신와르는 이스라엘군의 ‘제거 1순위’ 표적으로 꼽혀왔다. 이스라엘군이 1년여 만에 신와르 제거에 성공한 것이다. 신와르는 지난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이스마일 하니예에 이어 하마스 수장인 정치국장 자리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신와르를 사살한 것은 그와 우연히 조우한 이스라엘군의 신병 부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대는 16일 가자 남부를 순찰하던 중 소수의 전투원들과 맞닥뜨렸고, 드론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총격전을 벌인 끝에 3명의 팔레스타인 민병대가 사살됐다. 이후 건물 수색 중 신와르와 닮은 시신을 발견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현장은 신와르가 은신할 것 같지 않은 장소였다면서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기관은 신와르가 지하 깊숙한 곳에 인질들을 방패로 삼은 채 은신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고 짚었다.
美 “평화 막는 장애물 제거돼…전쟁 끝낼 방안 논의할 것”
미국 등 동맹국은 평화를 막는 장애물이 제거됐다는 반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와르의 사망에 대해 “오늘은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좋은 날”이라고 했다. 이어 "곧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및 다른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대화할 것이며 (이들과) 인질을 가족들에게 데려오고, 무고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이번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도 "신와르는 평화에 대한 거대한 장애물이었다. 지금 그 장애물이 제거됐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신와르는 10월 7일의 테러 공격과 야만적인 행동의 주요 책임자였다"며 "프랑스는 하마스가 붙잡아둔 모든 인질의 석방을 요구한다"고 썼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하마스는 이제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무기를 내려놓아야 하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은 마침내 끝나야 한다"고 밝혔다.
신와르 죽음, 이란에 심각한 타격…중동 분쟁 '변곡점'
반미국·반이스라엘 성향의 중동 무장세력 '저항의 축' 지도부가 지난 몇 달 사이 이스라엘군의 대대적인 공세에 거의 궤멸하면서 중동 분쟁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신와르의 죽음은 이란과 '저항의 축'에 심각한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지도부가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휴전과 인질 석방 전망이 중동 긴장완화로 이어지기를 원할지 모른다"며 "이란과 대리세력들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가해진 파괴 이후 이스라엘과 싸우고자 하는 욕구가 약해지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하마스의 사기가 크게 훼손되고,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싸우는 것에 대한 동기도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타냐후 “전쟁 아직 안 끝났다”…이란 “저항 거세질 것”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산와르 제거 후에도 전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비로소 가자 주민들이 하마스의 폭정에서 벗어날 기회가 왔다"며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하마스에 납치된 자국민 인질을 거론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전력을 다해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도 신와르가 피살된 데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이날 신와르 피살과 관련해 "저항 정신이 거세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이지원 기자 jeewonle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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