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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남북 긴장 고조, 강화군 득표 하락…친한계 금정 승리만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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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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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맞닿아 있는 인천 강화군은 전통적으로 보수 초강세 지역이다. 가장 가까운 곳은 직선거리로 1㎞ 밖에 북한이 있다. 9월 기준 인구 6만8891명 가운데 60살 이상 비율이 50%에 달하는 초고령 지역이다. 80살 이상 비율만 따져도 11%에 이른다. 민선으로 군수를 뽑기 시작한 1995년과 1998년 1·2회 지방선거 때만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됐을 뿐, 이후 22년 동안 7차례 치러진 선거(재보선 포함)에서 내리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16일 치러진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득표율 50.97%)가 더불어민주당 한연희 후보(42.12%)를 8.85%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상수 후보(6.25%) 득표를 박 후보와 단순 합산(57.22%)하면 민주당과 득표율 차이는 15.1%포인트로 벌어진다.





6개월 만에 득표율 차이 크게 좁혀져





큰 격차지만 불과 반년 전 치러진 4·10 총선과 비교하면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인천 중구·강화·옹진을 하나의 지역구로 묶어 치러진다. 민주당이 전국에서 초압승을 거둔 총선이었지만, 이 지역구에서는 배준영 국민의힘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강화군 득표율만 따로 떼어보면 27.51%포인트 차이(국민의힘 63.25%, 민주당 35.74%)였다. 보수계열 후보가 무소속 출마했지만 득표율은 1%에 그쳤다. 온전히 국민의힘 당명으로 27%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인 것이다.



총선에서 배 후보와 보수계열 후보 합산 득표율은 64.25%로, 이번 보궐선거 보수 후보 합산 득표율 57.22%에 견줘 7.03%포인트 높았다. 뒤집어 보면 총선 이후 6개월 만에 국민의힘 쪽 득표율은 7%포인트 정도 하락했고,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6.38%포인트 올랐다.



2022년 6·1 지방선거 때도 이번 보궐선거처럼 국민의힘 계열 무소속 후보 2명과 민주당 후보 등 3파전이었는데, 득표율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당시 국민의힘 계열 군수 후보가 각각 47.33%, 17.31% 득표율(합산 64.64%)을 기록했고, 이번 보궐선거에도 출마한 한연희 민주당 후보는 35.35%에 그쳤다. 차이는 29.29%포인트였다.



당시 함께 치러진 인천시장 선거 강화군 득표율 차이는 이보다 더 컸다. 국민의힘 후보가 65.33%, 민주당 후보가 30.84%를 득표했다. 34.49%포인트 차이였다. 당시에는 정의당(2.65%), 기본소득당(1.17%) 후보도 출마한 상황이었다.



여야 양당 후보가 0.73%포인트 초박빙 대결을 벌였던 2022년 3월9일 대선 때도 강화군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60.96%,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35.48%를 득표했다. 득표율 차이는 25.48%포인트였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득표율은 2.05%였다.



정리하면, 20년 넘게 단단하게 굳어 있던 강화군 국민의힘 계열과 민주당 쪽 득표율 차이가 최근 6개월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며 최대 34%대에서 15%대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한겨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 금정구 대한노인회 부산 금정구지회 건물 앞에서 시민들에게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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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은 한동훈 덕분? 그럼 강화는?





강화군의 득표율 하락은 김건희 여사 의혹, 의료 공백 위기, 윤-한 갈등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탓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이런 위기에 오히려 결집한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와는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부산이 아닌 수도권이라는 지역적 특성 역시, ‘그럼에도 수십 년 보수 아성’이었다는 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는 70살 이상이 25%나 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강화군은 윤석열 정부 들어 고조된 한반도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남북관계가 최악에 이른 상황에서, 북한군은 지난 7월 말부터 남쪽을 향해 확성기를 틀고 있다. 남쪽이 재개한 대북 확성기 대응 차원이다.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주민이 많다. 대북 전단 풍선, 북한 오물 풍선, 평양 상공 드론 논란, 북한의 전방 포병부대 사격 준비태세 지시 등 일촉즉발 상황에 주민이 느끼는 불안은 크다.



친한동훈계 의원들은 격전을 예상했던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22%포인트 차이 낙승을 거두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노력이 컸다는 점을 적극 띄우고 있다. 김건희 여사 악재 속에 6차례 지원 유세를 하고, 용산 대통령실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여온 것이 지지층 표심을 붙들어 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강화군수 선거의 득표율 하락에는 언급을 안 하거나, 팔이 안으로 굽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7일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와 달리 강화군수 선거에서 표 차이가 작았다’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 총선 때 금정에서 (민주당과 표 차이가) 13%였다. 그때보다 더 나쁜 상황에서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더 벌어졌다. 보수세가 워낙 강한 금정에서 위기감이 작동하며 지지층이 결집한 부분이 많다. 그리고 한동훈 대표가 6번이나 (지원 유세를) 가서 바람을 일으켰다. 강화의 경우 (한동훈) 대표가 전력투구를 한 곳과 전력투구를 하지 않은 곳이라고 비교할 수 있다.”



한 대표가 집중한 선거와 그렇지 않은 선거의 차이라는 것이다. 반면 친윤석열계는 ‘가만히 둬도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호들갑을 떨었다’며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7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국민의힘이 그동안 거의 뺏긴 적이 없는 보수의 강세 지역, 텃밭을 이겨놓고 ‘누구 때문에 이겼다, 우리가 잘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국민들 보시기에 매우 오만해 보일 것”이라고 했다.



선거 경험이 많은 쪽에서는 국민의힘이 금정구청장 선거 승리보다 강화군수 선거 득표율 하락을 무겁게 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접경지인 강화군은 수도권에서 제일 보수세가 센 곳인데, 민주당이 2000년대 들어 최고로 높은 42% 득표율을 얻었다. 총선 때보다 보수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투표율이 높지 않아 고령층이 많이 투표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도 보수가 졌다. 수도권에서 다음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어제 선거 결과를 보고 ‘허걱’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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