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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사설] 보궐선거 아전인수 해석 말고 질책으로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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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히 체면 지켰지만 민심 얻었다 보기 힘들어





대통령실, 마지막 기회 위기감 갖고 쇄신안 내놓길



그제 기초단체 4곳에서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두 곳의 텃밭을 지켜냈다.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나 전남 영광과 곡성 군수 선거에서 이긴 민주당이나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다만 여야 모두 이번 선거에서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할 대목들이 있다.

먼저 여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와 함께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보수 진영에서 두 후보가 출마했지만, 합해도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가 얻은 표(50.24%)에 미치지 못했다. 비록 투표율이 23.5%에 불과했다고는 하지만 서울 민심이 절반 이상 이반돼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수 진영이 정말 공들여야 할 곳이 어디인지도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본다. 45.93%를 득표한 조전혁 후보는 강성 보수 성향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상당 부분 얻었지만, 중도층 표를 끌어모으는 데 실패했다. 전교조와의 오랜 싸움을 해 온 이력으로 선거에 나서긴 했지만, 교육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전을 중도층에 호소하는 후보로서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조국 대표가 사활을 걸었던 영광군수 선거에서 조국혁신당 후보가 진보당에도 뒤처진 3위를 기록한 것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조국혁신당 후보는 선거 내내 “강남의 수십억 아파트를 포함해 전국 각지에 임야·대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영광에는 단칸 월세방 하나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조국 당 대표의 셀럽 이미지 하나로 ‘한 달살이’에 나선들 지역 민생에 밀착한 후보를 공천하지 못하면 결코 민주당의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호남 기초단체에서 기대만큼 큰 격차로 승리하지 못했고, 부산 금정구에선 38.96% 득표에 그쳐 ‘이재명 1인 정당’의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누구보다 이번 선거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곳은 대통령실이다. 텃밭 두 곳에서의 승리는 보수 및 중도 성향 유권자가 윤 정부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기보다 야당의 지지 확산에 보수가 역결집한 측면이 강하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일곱 차례나 현장 유세에 나서고 김건희 여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한 것도 주효했다. ‘한동훈 효과’가 승리에 기여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선방했다거나, 여전히 보수 지지층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편들고 있다는 아전인수 격 생각은 큰 오산이다. 민심에 겸손하라는 유권자의 마지막 질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단 다음 주 초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에서 한 대표가 어제 촉구한 김 여사의 대외활동 자제, 대통령실 인적쇄신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기 바란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 답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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