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1심서 경찰·지자체 '윗선'은 모두 무죄… 현장 경찰만 유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광호 전 서울청장 등 1심서 모두 무죄
"업무상 과실, 인과관계 죄 물을 수 없어"
유족들 "사법부가 또 면죄부 줬다" 분노
한국일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당시 서울 지역 치안 최고책임자에게 부실 대응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권성수)는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은 참사 대응으로 기소된 경찰 간부 중 최고위직이다. 당일 당직 근무자였던 류미진 전 서울청 상황관리관(총경)과 정모 전 112상황팀장(경정)도 무죄를 받았다. 참사 발생 2년 만에 내려진 무죄 판결에 유족들은 "사법부가 면죄부를 주면 대한민국 공권력은 국민을 위해서 대체 뭘 할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재판부가 형법상 유무죄를 따진 기준은 ①상황 발생 전과 당일, 이후에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 ②그 과실이 사상자를 늘렸거나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인과관계가 있는지였다.

법원은 둘 다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이 (사고 전 보고받은) 보고서와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종합할 때 인파 집중을 넘어 사고 발생 우려가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또 "(김 전 청장이) 두 차례나 핼러윈 대책 마련을 지시했음에도 서울청 경비과는 경비 수요가 없다고 했고, 용산서도 자체 경력으로 인파 관리가 가능한 것처럼 보고했다"며 관리 감독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청장이 사고 인지 후 경찰기동대를 가용하라고 지시한 점으로 볼 때 업무과실로 사건이 확대됐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류 전 관리관에 대해선 상황실을 이석한 상태에서 대체할 조치도 마련하지 않아 의무를 다하지 않았지만, 과실이 없었다면 사고가 확대되지 않았을 거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무책임자였던 정 전 팀장 역시 현장 경찰관이 종결처리로 보고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다시 확인이나 조치할 의무를 부과하기 힘들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관련 규정과 매뉴얼이 미흡하고 재난 예방 관련 경찰 조직 전반의 안일한 인식이나 문화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처벌과 별개로 책임자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 등을 지적했다.

아직 상급심 판단이 남긴 했지만 이번 판결로 사전 안전관리 대책 미비(지자체), 기동대 미배치(경찰 수뇌부), 늑장 구조(소방) 등 기관별 책임자의 여러 과실이 모여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공동정범' 법리는 사실상 모두 깨졌다. 소방 책임자는 검찰이 기소도 못 했고 얼마 전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당시 112치안종합상황실장, 치안종합상황실 팀장에게만 유죄가 내려져 결과적으로 현장 경찰들만 법적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됐다.
한국일보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죄 선고에 법정에 있던 유족들은 "이게 인재지 어떻게 매뉴얼 탓이냐" "국민이 누굴 믿어야 하느냐"며 분노했다. "판사도 반성하라. 부모 형제가 다 죽었다"라는 고함에 판사가 선고를 머뭇거리기도 했다. 유족들을 대리하는 백민 변호사는 "법이 힘 있는 사람에겐 약해지고 힘없는 사람한테는 가혹하다는 점이 나타난 것"이라며 검찰의 즉각 항소를 촉구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