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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8월 이후 11조원 넘게 판 외국인…‘환율과 주가’ 공식,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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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한은행에 따르면 2015년부터 연간 기준으로 뚜렷하게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코스피와 환율이 올해 들어 ‘정(+)의 상관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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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증시에서 ‘환율과 주식시장’의 공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환율에 예민하던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흐름도 예전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국내 증시에선 환율이 하락(달러대비 원화값 강세)하면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상승하면 주가가 내려간다. 환율과 주식시장이 거꾸로 움직이는 ‘역(逆)의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서다. 이들의 보유액(859조2000억원)은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30%다. 더욱이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려면 미국 달러를 원화로 바꿔서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몰릴 수 있다.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 순매수는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하지만 올해 환율과 주식시장 공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2015년부터 연간 기준으로 뚜렷하게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코스피와 환율이 올해 들어 ‘정(+)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말 원화값은 달러당 1307.8원(오후 3시 30분 종가기준)까지 상승(환율 하락)했다. 9개월 만에 가장 비쌌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변화) 기대에 달러가치가 주춤하면서, 원화값이 두 달 새 70원 가까이 뛴 영향이다. 환율 하락에도 코스피는 같은 기간 6.6% 하락해 2600선이 깨졌다. 외국인 투자자는 두 달 동안 9조8700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선 원화가치는 하락세(환율 상승)로 빠르게 돌아섰지만, 증시 방향성을 결정하는 키로 작용하진 않았다. 다만 외국인의 ’팔자‘ 행진은 이어진다. 이달 외국인은 16일 기준 1조5500억원 순매도했다.

환율과 증시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은 올해 초부터다. 연초 1300.4원으로 시작한 달러 대비 원화값은 꾸준히 하락(환율 상승)해 4월 중순 1400원 코앞까지 밀려났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한 넉 달 사이 코스피도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가 18조4570억원어치 순매수한 영향이 크다. 상반기로 따지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2조9000억원을 사들였다. 1998년 이후 반기 기준 최대 규모다.

올해 환율과 주식시장 공식이 작동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과거 고환율 시대보다 무역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상반기 무역수지는 2018년 이후 최대인 231억 달러 흑자를 달성했다. 올 초 외국인 자금이 물밑 듯이 밀려든 것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수출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면서다.

8월 이후 외국인 순매도가 늘어난 것도 주요 산업의 수출 둔화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시장예상치를 밑도는 실적)’ 영향이 크다. 환율 외 요소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좌우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15.5% 낮았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이 ‘피크 아웃(정점 후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외국인 자금이 급속도로 이탈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6일까지 26거래일째 삼성전자 주식을 11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지분율은 56.07%에서 53.21%로 떨어졌다.

지속적인 강달러 현상으로 환차익 기대가 낮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8월 이후 두 달 간 달러대비 원화가치가 강세를 띤 것은 원화가치가 커진 것보다 상대적으로 달러 하락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들어선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줄고,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달러가치는 다시 커지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당분간 환율과 주가지수간의 상관 고리는 약해질 것으로 봤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과 일본 등을 비롯해 각국은 경기에 초점을 맞춰 제각각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외국인은 환차익보다 투자 수익 기대가 높은 지역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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