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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미국, 이스라엘에 사드·운용병력 배치…이란 “미 장병 생명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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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스라엘군 헬기가 13일 레바논 국경 인근을 비행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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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과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운용병력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중동 갈등에 점점 더 개입을 심화하고 있다”(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사드 배치 발표 직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자폭드론 공격에 이스라엘 군인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미 국방부는 13일(현지시간) 오전 11시쯤 이스라엘에 사드 포대를 수일 안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포대를 운용할 미군 병력 약 100명도 함께 보낸다고 발표했다. 팻 라이더 미국방부 대변인은 “사드 포대는 이스라엘의 통합 방공망을 보강할 것”이라며 “이란의 추가 미사일 공격에서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거주 미국인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철통 같은 의지”라고 설명했다. 악시오스는 “사드 배치는 지난 1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방공망의 미사일이 상당히 소진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드 운용 병력을 이스라엘 현지에 배치한다는 계획에 미국의 중동 사태 개입 수위가 한 단계 올라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미 국방 정보국 출신의 전직 장교 해리슨먼은 WP에 “이란 미사일이 미군을 공격하는 경우 등이 발생하면 미국은 이란에 물리적 반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통상 미국은 자국민이 공격당할 경우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한다.

이란은 미국의 사드 배치 계획에 반발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은 이스라엘에 기록적인 양의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이스라엘에서 운영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해 장병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의 사드 배치 발표와 비슷한 시각, 이스라엘에선 헤즈볼라의 자살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사상자가 발생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드론 2대로 이스라엘 북부 소도시 빈야미나의 군기지를 공격해 군인 4명이 사망하고 약 60명이 부상당했다. 미 국방부의 사드 배치 소식이 전해지고 약 1시간이 지난 뒤였다. 부상자 중 약 7명이 중상을 입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헤즈볼라가 사용한 드론은 ‘미르사드’로 부르는 이란제로, 최대 시속 370㎞로 비행하며 120㎞에 떨어진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1대는 이스라엘 방공망에 격추됐지만, 저공 비행한 다른 1대는 방공망을 피해 군 기지 내 식당을 타격했다.

헤즈볼라는 타격 직후 “이스라엘 방공망을 교란하기 위해 드론 외에 수십 발의 로켓을 함께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아이언돔’과 ‘다윗의 돌팔매’ 등 촘촘한 방공망을 겹쳐놓은 이스라엘이 본토를 타격 당하는 건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헤즈볼라의 회복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방공망에 구멍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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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레바논 남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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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의 기지를 부수고 탱크를 진입시켜 국제사회의 비판을 샀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는 유엔평화유지군의 철수를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은 탱크를 철수시킨 뒤 유엔평화유지군 주둔지 인근에 헤즈볼라의 무기고, 미사일 발사대와 이어진 땅굴이 있었다며 외신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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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인들이 13일 헤즈볼라 땅굴을 공개하는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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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평화유지군에 대한 공격은 국제인도법을 포함한 국제법 위반이고, 전쟁범죄도 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또 병력을 철수하라는 이스라엘의 요구에 “유엔 깃발이 계속 휘날릴 것”이라며 거부했다.

한편 AP통신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를 봉쇄하고 식량·물 등 구호품 제공을 중단하는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퇴역 장성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제안한 이 계획엔 봉쇄 구역 거주민은 하마스 무장대원으로 간주해 사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한다. 미국은 이 계획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이미 계획 실행에 들어갔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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