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6 (수)

3N 해외 매출액 2.4조원…역대 최대 찍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이 올 상반기 해외 시장에서 2조원이 훌쩍 넘는 매출을 합작했다.

국내 게임 시장 성장이 정체된 사이 게임산업의 본산인 북미와 최대 시장 중국을 겨냥해 신작을 쏟아낸 게임사들의 전략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넥슨과 넷마블이 하반기 기세를 이어가고,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반전을 노리는 엔씨가 선방할 경우 올해 K-게임이 해외에서 역대 최대 규모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 상반기 국내 대표 게임사 3곳(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의 해외 매출액 총합이 2조 45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2조 2285억원에서 1년 만에 2222억원 늘어난 규모다. 업체별로는 ‘킬러 지식재산권(IP)’을 해외 시장에 쏟아낸 넥슨이 가장 높은 매출액 증가치를 보였고, 넷마블도 두각을 나타냈다.

넥슨의 올 상반기 해외매출은 1조 1049억원으로 전년동기(8749억원) 대비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은 42%에서 54%로 상승했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3조 8627억원 가운데 1조 5607억원을 해외에서 거뒀는데(해외 매출 비중 40%), 올해는 해외 매출 2조원 달성이 유력시된다. 기존 IP와 신규 IP 모두 해외에서 큰 흥행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넥슨은 회사의 3대 핵심 IP인 던전앤파이터·메이플스토리·FC를 기반으로 출시한 게임들의 2분기 글로벌 매출 총합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작 성과도 고무적이다. 넥슨은 지난 5월 중국에서 출시한 모바일 게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크게 흥행하며 해외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넥슨이 지난 7월 선보인 ‘퍼스트 디센던트’는 한국 게임이 정복하지 못했던 루트슈터 장르에 도전해 출시 하루 만에 13개국에서 매출 게임 1위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스팀 주간 매출 글로벌 전체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3분기 넥슨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 아카이브’는 올 2분기 일본지역 매출 기록을 자체 경신하며 흥행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올 2분기 넥슨의 해외 매출 비중은 60%까지 올랐다. 넥슨의 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과반을 넘은 것은 2020년 1분기(52%) 이후 처음이었다.

2분기 창립 이래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한 넷마블 역시 신작의 해외 흥행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4분기까지 8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보여온 넷마블은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모바일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통해 단번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글로벌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매출 7000만달러(약 958억원)를 벌어들였다. 넷마블은 올 상반기 매출 1조 3675억원 가운데 78%(1조 788억원)를 해외에서 달성했다. 넷마블은 8월 중순 대작으로 분류되는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를 글로벌 시장에 연이어 출시하며 분위기 굳히기에 나섰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하반기 기대 신작의 출시를 통해 글로벌 게임 사업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웃지 못한 엔씨…해외 반전 위해 체질개선
매일경제

3N 중 유일하게 웃지 못한 엔씨소프트는 해외 시장에서 반전이 절실하다. 매출의 60~70%를 차지하지만 국내시장이 주력인 ‘리니지’ IP 의존도가 너무 높아 실적이 좌지우지된다는 지적이다.

엔씨는 지난 8월 한국·일본·대만 시장에 신작 역할수행게임(RPG) ‘호연’을 출시하며 장르 다각화에 나섰다. 10월 17일에는 아마존게임즈와 함께 ‘쓰론 앤 리버티(TL)’의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다.

엔씨는 중·장기적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IP 다각화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스웨덴 소재 슈팅게임 전문 개발사 ‘문로버게임즈’와 국내 서브컬처 게임 전문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투자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가 외부 게임 개발사에 투자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매일경제

엔씨소프트가 스웨덴 소재 신생 게임 개발사 ‘문 로버 게임즈’에 초기 투자를 진행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에는 해외 시장에 힘주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여했다. 아시아 시장을 넘어 유럽, 북미 등 서구권 게이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게임쇼를 무대로 삼은 것이다.

과거 게임스컴, 도쿄 게임쇼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렸던 미국의 ‘E3’가 지난해 28년 만에 폐지되면서 게임스컴은 세계 최대 오프라인 게임쇼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넥슨,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하이브IM 등 국내 대형 게임사는 올해 게임스컴에 B2C(기업-소비자거래)와 B2B(기업간거래) 대형 부스를 차렸다. 지난해 게임스컴에 단독 부스를 낸 대형 게임사는 하이브IM이 유일했는데, 1년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국내 게임업계 최고경영자(CEO)와 오너들이 게임스컴 현장을 잇따라 방문한 것도 화제가 됐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경영진 및 사업 담당자들과 함께 독일 쾰른을 비공개로 방문했다. 박 대표는 “스웨덴 게임사 문로버 게임즈에 투자한 것처럼 유럽 시장에 진출할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내 게임사들이 과거와 달리 해외 게임쇼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은 그만큼 해외 시장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 정체에 빠진 한국시장에서 벗어나 미국, 유럽 등 해외 무대로 발을 넓히려면 최신 트렌드와 현지 분위기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게임사 상당수가 한국 외에도 출시국을 다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인지도가 높은 게임쇼를 통해 해외 팬심을 잡겠다는 의도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게임사들은 하반기 열리는 국대 최대 게임행사 ‘지스타’에서도 신작 로드맵을 잇달아 공개하고 사용자들과의 접점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K-게임 유명 IP 우려먹기는 옛말
매일경제

넥슨은 자회사 넥슨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루트슈터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를 공개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게임업계에서는 기존 유명 IP를 변주하는 데 집중한다는 비판을 들어온 한국 게임사들이 생존을 위해 변신에 나선 것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게임 기획과 개발 단계에서부터 해외의 거대 시장을 정조준하고, 취향이 다양한 전 세계 게임 사용자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IP를 신속하게 내놓는 한국 게임사들의 ‘에자일’ 전략이 새로운 성공 방정식으로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해외 흥행작이 수두룩한 넥슨은 다음 행보를 준비하고 나섰다.

넥슨은 하드코어 액션 RPG 신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 출시를 2025년으로 확정지었다. 넷마블은 연내 4개의 신작을 출시하고, 내년에도 5~6개의 게임 출시를 준비중이다. 게임사들이 해외 공략에 자본과 인재를 대거 투입하면서 국내 게임 산업 수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게임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르의 게임의 아성에 도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크래프톤은 연내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기대작 ‘인조이’를 출시할 예정이다. ‘인조이’는 플레이어가 신적인 존재가 돼 사람처럼 희로애락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는 다양한 ‘조이’ 캐릭터를 조종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게임이다. 일렉트로닉아츠(EA)의 ‘더 심즈’ 시리즈가 독식하고 있던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인조이’는 올해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유수의 대작들 사이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게임 중 하나로 남았다. 개막 첫날부터 인조이 시연 부스 앞에는 미리 게임을 체험하려는 전세계 게이머와 업계 관계자들로 긴 줄이 형성됐다. 직접 게임을 해보기 위해 최대 5시간(300분)까지 기다린 관람객들도 있었다. 특히 ‘인조이’는 인공지능(AI)기술을 적용해 게임의 창작 요소를 강화한 점이 호평을 받았다. 이미지 파일을 게임 속에 업로드하면, AI가 해당 물체를 인식해 3D 물체로 만들어주는 ‘3D 프린터’ 기능이 대표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산업의 수출액은 83억 450만달러(약 11조 3530억원))로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129억 6300만달러)의 64.1%를 차지했다. K-팝(8.1%), K-드라마·예능(6.4%)과 비교하면 열 배 수준의 성과다.

한편 국내 게임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 게임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회사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개발 역량을 앞세워 특히 북미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톱10’ 중 6개가 중국산이었다. 특히 중국산 게임은 매출 1~3위를 싹쓸이했다. 한국산 게임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PUBG) 모바일(7위)’이 유일하게 10위권에 올랐다.

[황순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