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에서 발사된 발사체를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상공에 아이언 돔 방공 시스템의 미사일이 발사됐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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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이란·헤즈볼라·하마스 등과의 다면전을 벌이면서 방공망 유지에 필요한 요격미사일이 고갈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가운데 미국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미 정부가 이스라엘이 30일내 가자지구에 더 많은 보급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경고를 보냈다. 강경 일변도인 이스라엘의 태도에 변화가 생길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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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격 미사일 아끼느라 방공망 뚫렸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직 군 관계자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과 헤즈볼라의 공격을 막을 요격 미사일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미국 국방부 관리인 데이나 스트롤은 “이스라엘 군수품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FT에 “(이스라엘을 지원해온) 미국의 미사일 비축량도 무제한이 아니다. 미국은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계속 같은 속도로 지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기존 전쟁 방식을 재고해야 하는 시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이스라엘 국방부 연구원인 에후드 에일람도 “이스라엘군 요격미사일이 고갈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배치 방식과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이래 가자 지구와 레바논에서만 이스라엘을 향해 2만기 넘는 미사일·로켓이 발사됐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단거리 미사일 격추), 다윗의돌팔매(중거리 미사일 요격), 애로(Arrow·탄도 미사일 요격) 등 3중 방공망으로 이들을 막아왔지만, 요격미사일 재고가 축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스라엘 다층방공망 개요 그래픽 이미지. |
에일람은 지난 1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 당시를 언급하면서 “이란이 나중에 텔아비브에 또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이스라엘군이 일부 애로 요격미사일을 아낀 것 같았다”고도 분석했다. 당시 이란은 20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미사일 일부가 방공망을 뚫고 이스라엘군 네바팀 공군기지, 모사드 본부 인근 등에 떨어졌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조달을 위해 노력 중이나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다. 애로 요격미사일을 공급하는 국영기업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의 보아즈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3교대 근무로 일부 라인은 연중무휴, 하루 24시간 가동 중”이라며 “재고를 채워야 한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 재고는 줄고 있지만 헤즈볼라와 이란은 여전히 미사일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전 이스라엘군 준장 아사프 오리온은 “우리는 아직 헤즈볼라의 온전한 능력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전쟁 전에 추정됐던 로켓 발사 역량의 10분의 1 정도만 사용했다”며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역량이 줄긴 했지만 헤즈볼라엔 여전히 강력한 작전을 펼칠 충분한 로켓이 있다”고 지적했다.
15일(현지시간) 이란에서 열린 한 장례식에 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에스마일 가니가 참석하고 있다. 가니는 몇 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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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기한, 더 빠른 일정 강요보다 합리적?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이 30일 안에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물자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이스라엘에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3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명의로 이스라엘 국방 장관 등에 보낸 서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미 매체 악시오스가 공개한 서한 사본에 따르면 미국은 구체적으로 ▶매일 구호 트럭 트럭 350대 가자지구 반입 허용 ▶겨울이 오기 전 해안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내륙으로 이동 허용 등을 거론했다.
WP는 “이 서한 소식은 미 국방부가 이스라엘에 방공망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를 배치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미군과 장비가 도착했다고 확인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며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에게 30일의 시간을 주는 것이 더 빠른 일정을 강요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에선 조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반발로 과거 바이든을 지지했던 아랍계 미국인 정치활동위원회(AAPAC)가 이번 대선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민주당 지지층이던 무슬림계의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현지 매체에 “이스라엘은 이(서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서한에서 제기된 우려를 미국 측과 함께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구호품을 하마스가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가자지구 북부를 봉쇄하고, 식량과 물 등 구호품 제공까지 중단하는 작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인 논란이 일었다.
15일(현지시간) 중동에 배치됐던 USS 시어도어 루즈벨트(CVN-71) 항공모함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모항으로 돌아오자 선원들이 레일을 조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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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레바논 방문…마크롱 “유엔 덕 이스라엘 생겨”
유럽도, 레바논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 이곳에 주둔한 유엔평화유지군(UNIFIL)까지 공격한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나섰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금요일(18일) 레바논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문이 성사되면 멜로니 총리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충돌이 확대된 후 레바논을 방문하는 첫 국가 수반이 된다. 멜로니 총리는 “레바논 UNIFIL을 철수하라는 이스라엘의 요구에 따른다면 유엔의 신뢰성은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서 완충 역할을 해온 UNIFIL의 철수를 주장하며 UNIFIL의 주둔지를 부수고 탱크를 진입시켜 논란을 촉발했다. 레바논 UNIFIL은 유엔이 정한 이스라엘-레바논 경계선인 ‘블루라인’ 침해를 막기 위해 한국 등 50개국서 파견한 1만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탈리아(1068명)는 인도네시아(1231명)에 이어 두 번째로 병력을 많이 보낸 나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기 나라가 유엔의 결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국가 수립은 유엔 결의안이 아니라 독립전쟁에서 영웅적 용사들의 피로 거둔 승리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휴전을 다시 언급했다.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 사무차장은 “휴전이 해결책이다. 이스라엘이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며 휴전이 가자지구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어 “이스라엘에 고통을 가하기 위한 ‘새로운 계산’을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16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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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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