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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외국인, 26일 연속 삼성전자 11조 팔았다…최장 기록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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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26일 연속 ‘팔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999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오랜 기간 연속으로 순매도하는 불명예 기록을 새로 썼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전날보다 2.46%(1500원) 하락하면서 3거래일 만에 ‘5만전자’로 내려앉았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주식을 273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챗GPT 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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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지난달 3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이날까지 26거래일째다. 외국인의 기존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을 넘어섰다. 외국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인 2022년 3월 25일부터 4월 28일까지 25거래일간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순매도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26거래일간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11조884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같은 기간 56.07%에서 53.21%로 2.86%포인트 줄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파는 배경은 반도체 업황이 ‘피크아웃(Peak Out·정점 후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불거져서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이 발표한 올해 3분기(7~9월) 신규 순예약 규모와 2025년 매출 전망치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면서 피크아웃론에 다시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는 점도 외국인의 순매도 배경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HBM3E)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퀄테스트(최종 신뢰성 평가) 통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외국인 매도 물량은 개인 투자자가 받아내고 있다. 개인은 최근 26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 10조500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금액은 지난 11일부터 1조원 선을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에 따라 외국인과 개인 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현재까진 개인의 손실이 크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월 11일 장중 8만8800원을 정점으로 이날까지 33%(2만9300원) 하락했다.

지난 14일 기준 NH투자증권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을 산 투자자 73만8488명의 평균 매수가는 7만1631원으로 이날 종가 기준 손실률이 17%에 달한다. 투자자 10명 중 9명(89.24%)꼴로 평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증권사 사이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buy)’ 의견이 우세하다. 목표주가도 평균 9만1333원으로 이날 종가보다 53.5% 높은 수준이다.

ASML 실적 충격으로 반도체 주가가 흔들렸지만, 긍정적으로 볼 요소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들이 경기 악화에 대비해 설비투자(CAPEX)를 현실화하고 있고, 투자 성격도 연구·개발(R&D)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 리스크(위험 요인)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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