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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국내 연구진 “B형간염 치료기준 바꾸면 간암 환자 4만명 줄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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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따라 항바이러스 치료 기준을 바꾸면 간암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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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수치가 정상이고 간경화가 없더라도 혈액 내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위험 구간에 있으면 간암 발생 위험이 최대 8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할 때 바이러스 수치를 적용하도록 기준을 바꾸면 국내에서 향후 15년간 간암 환자가 4만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 연구팀은 국내·외 환자군을 대상으로 B형간염 환자의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간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분석한 연구를 미국내과의사협회 공식 학술지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게재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진이 국내 B형간염 환자 6949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한 간암 예측모델을 대만·홍콩 등 동일 조건의 다국적 환자 7429명에게도 적용한 결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B형간염은 간암 원인의 70%를 차지하지만 현재 국내 기준으로는 간수치가 크게 상승했거나 간경화로 진행한 경우에 한해서만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아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간염 치료를 시작하면 바이러스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그에 비례해 간암 발생 위험도 낮아지므로 환자 대부분에겐 항바이러스 치료가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기존 통념과 달리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중간 수준인 1㎖당 100만단위(IU)일 때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고 이보다 더 높거나 낮아질수록 발병률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포물선 형태의 그래프를 그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간암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변수로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더해 혈소판 수치와 연령 등을 반영한 간암 발병 위험 예측모델을 새롭게 개발해 국내·외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확도를 검증했다. 2020년 간경화가 전혀 없고 간수치가 정상인 국내 만성 B형간염 환자들에게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병 위험도 간의 관계를 규명했던 결과를 같은 조건의 해외 다국적 환자에게 적용하는 외부 검증을 실시한 것이다. 그 결과, 평균 10년 이상의 추적기간 동안 간암 발생건수는 국내 환자군이 435건, 다국적 환자군 467건으로 나와 비슷한 발병률을 보였다. 간암 발생 위험도가 가장 높은 바이러스 수치 구간 역시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간암 위험도를 낮추려면 현재의 복잡한 B형간염 치료 개시 기준을 혈중 바이러스 수치를 중심으로 단순화해 치료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임영석 교수는 “간암은 국내 중년 암 사망률 1위로 매년 1만2000여명의 환자를 발생시키고 있지만 주원인인 B형간염의 치료기준이 엄격하다보니 간염 환자의 20%만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연구팀이 개발한 예측 모델을 활용하면 B형간염 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을 정확히 예측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그동안 근거가 부족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였던 만성 B형간염 환자들에게도 항바이러스제 치료 급여가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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