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조광효 셰프가 자신이 운영하는 ‘조광201’ 매장 만화책 앞에 서 있다. 김민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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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냄비짱’ ‘요리천하’ ‘미스터 맛짱’이 가장 큰 영향을 준 만화예요. 허무맹랑한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진짜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을 만들잖아요. ‘미스터 맛짱’은 옛날 만화인데 분자요리까지 나온다니까요.”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는 다양한 사연의 셰프들이 출연했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이가 ‘만찢남’ 조광효 셰프다. ‘맛의 달인 2권 25페이지 동파육’이라는 메뉴 이름처럼 만화에 나오는 음식을 만들고, 독학으로 요리를 배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15일 그가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중식당 ‘조광201’에서 요리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만찢남’ 조광효 셰프.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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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요리사를 꿈꿨던 건 아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다니고 사업도 벌이는 등 돌고 돌아 요리의 길로 들어섰다. 학창 시절부터 만화책을 즐겨봤던 그는 만화에 대한 애정을 이어오다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자전거 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하다 퇴사한 뒤 2015년 친구와 만화방을 차렸다. “만화방 근처에 고등학교가 있어서 분식을 팔면 돈을 잘 벌 수 있겠더라고요. ‘만화스러운’ 메뉴를 팔아보려고 만화 ‘심야식당’ ‘요리왕 비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음식을 만들었어요. 떡볶이에 밥덩어리를 얹어 주는 ‘비룡 떡볶이’가 특히 반응이 좋았어요.”
요리에 제대로 관심을 갖게 된 건 중국 음식을 접하면서다. “어느날 마라샹궈를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본토에서 직접 맛보려고 중국 사천(쓰촨)에 다녀왔고, 2016년께 사천 요리집을 차렸어요.”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두반장 수급이 어려워져 위기를 맞았는데, 오히려 본격적인 요리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됐다. “두반장 재료인 잠두콩과 비슷한 한국의 집된장을 사서 최대한 두반장 맛이 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더 맛있게 나온 거예요. 순간 ‘요리가 재밌다. 파볼 만하다’ 싶었어요.”
지난 15일 조광효 셰프가 운영하는 ‘조광201’ 매장. ‘맛의 달인’ 등 만화책이 놓여 있다. 김민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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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즐겨 읽던 만화는 영감의 원천이 됐다. 그는 춘권, 타르트, 동파육 등 만화에 나오는 요리를 보고 메뉴를 만든다. 물론 만화만 볼 순 없다. 중국 주부들이 보는 요리책 등도 참고해 레시피를 개발한다. ‘흑백요리사’ 속 음식들도 이렇게 탄생했다. “‘철냄비짱’ 만화에서 주인공 친구가 대회 때 게살 춘권을 출품했거든요. 새로움을 주기 위해 라비올리(이탈리아식 만두)처럼 만들어보려 했고 페타치즈를 추가했어요.”
요리사로서의 목표는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등재다. ‘흑백요리사’ 출연도 이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미쉐린에 등재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주변에서 ‘일단 유명해져야 미쉐린 쪽에서 먹어보러 오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는 ‘흑백요리사’에서 총 네번 요리를 선보였는데, 한번도 순탄했던 적이 없었다. 1라운드 동파육 심사 때는 백종원 심사위원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요리를 배운 적 없느냐”고 물었다. “그때 제 옆에 ‘이모카세 1호’와 ‘트리플스타’가 있었거든요. 그 사람들 사이에서 이렇게 떨어지는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합격’ 두 글자만 말하고 가시더라고요.” 2라운드에선 호박 타르트를 만들어 처음엔 떨어졌다가, 안성재 심사위원의 ‘슈퍼패스’를 받아 부활했다. “처음에 꽃도 올리고 예쁘게 만들었다가 눈을 가리고 심사한다고 해서 떼어버렸어요.”
지난 15일 조광효 셰프가 자신이 운영하는 ‘조광201’ 매장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다. 김민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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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출연으로 얻은 것이 많다. “식당 매출액이 2배 이상 올랐어요. 그래서 직원들도 훨씬 더 신경 쓰고 있고요. 손님이 음식을 남기면 왜 남겼는지 알아보려고 같이 맛봐요.” 출연 셰프들과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모카세 1호’ 김미령 셰프는 김치도 보내줬다. “‘철가방 요리사’ ‘원투쓰리’ ‘키친갱스터’ 등 대기실을 함께 쓴 분들이랑 특히 친해졌어요.”
갑자기 유명해졌지만 기존 일상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아침에 아이를 유치원 보내는 것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식당에서 보낸다. “원래 지키던 생활을 유지하려고 해요. 아침 9시에 아이 등원시키고 가게로 와서 ‘프렙’(재료 준비 등 식당 운영 전 작업)을 하고, 오후 6시에 가게 열어 밤 11시에 닫고 집에 돌아가 자는 생활이요.” 변함없이 성실한 일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소박한 꿈도 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과 와이프에게 집을 사주는 게 목표입니다.”
글·사진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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