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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위험구역 설정’ 김동연, 지구 반바퀴 돌아 15시간 만에 워싱턴DC서 회담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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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미주개발은행 총재와 교류협력 논의로 방미 일정 시작

‘경기도-IDB-중남미’ 삼각 경제협력에 공감대…실무협의체 구성

고우드파잉 총재, 디지털전환·기후테크 外 청년교류 사업에 관심

쏘아 올린 경제구상, 실현 가능성에 주목…‘첫 단추 어떻게 끼우나’

취임 3년차 ‘초보 정치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투자유치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15∼21일 도정(道政) 세 번째 방미길에 올랐습니다. 도내 22개 스타트업 관계자와 동행한 그는 ‘NYC 스타트업 서밋’에 참가해 개회사를 합니다. ‘야권 잠룡’으로 불리는 김 지사가 내전(內戰)에 맞먹는 美 대선에서 공화·민주당 실세인 버지니아·뉴욕주지사와 만나는 것도 관심사입니다. 전당대회에서 트럼프와 해리스의 ‘대관식’을 도운 두 실력자를 만나 국제협력과 정치연대의 기회를 모색합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얻으러 지구 반바퀴를 돌아 미국행(行)에 나선 그를 <경기유랑>이 동행취재합니다.

#1.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비행기 이륙을 불과 30여분 남기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가까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5박7일간의 미국 방문길을 앞둔 김 지사는 밝은 표정이었다. 동행한 도 관계자는 “전날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한 파주·연천·김포 등 접경지에 대한 ‘위험구역’ 설정을 결정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도 차원에서 군사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단속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김 지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위험구역 설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험구역은 설정은 전임 지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0년 6월 처음 결정한 뒤 이번이 두 번째이다.

#2. “이곳 워싱턴DC의 세계은행(WB·World Bank)에서 3년간 근무했습니다.” 15일(이하 현지 시간·한국과 미국은 13시간 시차) 일랑 고우드파잉 미주개발은행(IDB·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총재를 만난 김 지사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고우드파잉 총재의 집무실에 걸린 축구황제 펠레의 유니폼에 관심을 표명한 뒤 과거 WB 근무 시절 얘기부터 끄집어냈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 지사는 WB의 양대 기구인 국제부흥개발은행(IBRD·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에서 2002년부터 3년간 선임정책관으로 일했다. ‘국가대표’ 경제관료로 세계 경제의 균형과 발전에 일조한 셈이다. 17년 전에는 IDB 초청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강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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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미국 워싱턴DC의 미주개발은행(IDB)을 방문해 펠레의 친필 사인 유니폼이 담긴 액자 앞에서 일랑 고우드파잉 총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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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세 번째 방미길에 오른 김동연 지사는 이날 고우드파잉 IDB 총재와 만나 이처럼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방문(15~21일) 기간에는 버지니아주와 뉴욕주 등 미국 동부지역을 찾아 도내 22개 스타트업과 함께 해외 진출 지원,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 등에 나선다.

워싱턴DC에 본사가 있는 IDB는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경제·사회개발을 위해 1959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 등 26개 역내국과 미국·영국·독일 등 22개 역외국이 참여 중인데, 1979년 미주 이외의 나라에 문호가 개방된 뒤 한국은 2005년 역외 회원국에 이름을 올렸다.

가맹국 간 무역 확대와 개발정책의 조화를 위한 협력, 공공 및 민간자본의 투자 촉진, 재원 조달이 어려운 민간부문의 투자활동 보완 등이 IDB의 주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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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 세 번째) 등 경기도 대표단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미주개발은행(IDB)을 방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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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남은 반도체·바이오·모빌리티·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 강점을 지닌 경기도가 IDB와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IDB가 중점적으로 투자를 진행 중인 디지털 경제와 기후테크 분야에서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다.

김 지사는 평소 조예가 깊은 스포츠 분야에서 화두를 끄집어냈다. 고우드파잉 총재의 집무실에 걸린 펠레의 사인이 담긴 티셔츠를 가리키며 “진짜 펠레의 사인이 맞느냐”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에 고우드파잉 총재는 “펠레가 IDB를 방문해 강연을 한 뒤 남기고 간 역사적인 선물”이라고 화답했다.

브라질 출신의 고우드파잉 총재는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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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워싱턴 모뉴먼트(기념탑)가 15일(현지 시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555피트(169m) 높이의 기념탑 옆에는 미의회 의사당이 자리한다. 워싱턴=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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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한·중남미 비즈서밋에 다녀왔다”며 대화를 이어갔고, 김 지사는 “작년에 네이버도 다녀가셨다고 들었는데 네이버가 바로 경기도에 있다. 대한민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가 경제와 산업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어색함을 푼 두 사람은 대화를 경제협력으로 이어갔다. 경기도와 IDB 간 실무협의체 구성을 위한 대화 채널 지정에 합의했고, 청년 교류사업까지 대화의 주제를 넓혔다. ‘경기도-IDB-중남미’ 삼자 간 경제협력 구상에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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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경기도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의 미주개발은행(IDB)에서 일랑 고우드파잉 총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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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는 경기도청이 있는 수원으로 고우드파잉 총재를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수원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도시인데 옛 관사인 도담소에서 만찬을 대접하고 싶다”고 했고, 고우드파잉 총재는 “한식을 아주 좋아한다”며 기꺼이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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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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