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협력 상징 사실상 모두 제거
삽·곡괭이로 도로 파내고 폭약 묻어
폭파 중 부산물 MDL 남쪽 넘어와
軍, MDL 이남에 경고용 대응사격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잇따라 중단
2020년 남북연락사무소 마저 폭파
2023년부터 한민족·통일지우기 행보
정부 “北 1억3290만불 상환 해야”
남북 연결도로 폭파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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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폭파로 남북 간 육로가 완전히 끊어지면서 남북 협력 상징물들은 거의 모두 사라졌다. ‘햇볕정책’ 등을 통해 한때 확대됐던 남북 협력·교류 성과는 한반도 내 긴장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 변화 속에서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군은 북한이 9일 남북 육로 완전 단절을 선언한 이후 북한군의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 준비 정황을 감시해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양쪽에) 100여명씩 투입했는데 삽과 곡괭이로 도로를 찍어내며 구덩이를 수십개씩 파는 등의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MDL(군사분계선)에서 10m 떨어진 곳에 가림막이 세워지고 구덩이마다 폭약(TNT) 수십㎏을 넣고 흙을 덮는 모습도 포착됐다. 폭파할 때는 수십명 정도만 나와서 현장을 점검·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 군의 CCTV에는 갈색 옷을 입은 북한군들이 촬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포착됐다. 북한은 경의선에서는 70m 길이로, 동해선에서는 40m 길이로 폭약을 설치·폭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약이 설치된 도로 폭은 양쪽 모두 20m다. 처음에는 도로를 완전히 없애는 수준의 폭파가 예측됐으나, 실제로는 도로 중간을 폭약으로 깨고 굴삭기와 덤프트럭으로 파편을 걷어낸 정도였다.
북한의 폭파 직후 부산물이 MDL 남쪽으로 넘어왔다. 합참 관계자는 “폭파 시 최대위험반경을 500m로 평가했는데, 폭파가 MDL에 근접해서 이뤄져 파편이 안 넘어올 수 없었다”며 “장병 피해는 없지만, 위협적이었고, 정전협정 위반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로 K-4 고속유탄기관총과 K-6 중기관총으로 MDL 이남에 대응사격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폭파 현장에는 북한 고위급 수뇌부가 다녀간 정황도 우리 군에게 포착됐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장을 시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했지만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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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폭파작업에 따른 부산물을 걷어내고, 콘크리트 등으로 장애물을 설치해 남북 단절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합참은 “남북 단절 조치를 가시화한 것으로, 주민들에게 ‘남쪽에 기대지 말라’는 것을, 한국에는 ‘당신들과 거래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된 남북 교류와 협력의 상징물은 2024년 현재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없는 수준이 됐다. 그동안 남북 간 화해 무드는 돌이키기 힘든 단절 분위기로 바뀌었다. 남북관계에 균열이 생길 때마다 협력 상징물은 하나씩 없어졌고, 지난해 말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하면서는 노골적으로 통일·민족 개념 지우기에 나서면서 상징물 제거 속도는 더욱 빨라진 모양새다.
남북한 민간 교류의 큰 업적으로 평가됐던 금강산 관광은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2008년 7월 전면 중단됐다. 한국 관광객이 북한군 총에 사망하면서다.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로 한국이 지은 시설 대부분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약 8년 뒤에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다. 남북이 합작해 추진한 경제특구인 개성공단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등 도발로 처음 가동을 멈췄다. 이후 공단이 재개됐다가 중단되기를 반복한 끝에 결국 정상화에 실패했다. 정부는 올해 초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해산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무인기 대응방안 논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14일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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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문재인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다시 좋아지는 듯했지만, 북한은 2020년 남북연락사무소 및 종합지원센터를 폭파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감염 확산 및 내부 정세 악화를 다잡기 위한 극단적 행보로 분석됐다.
지난해 12월부터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한민족 개념과 통일 지우기 행보는 마지막 남은 남북의 연결고리마저 삭제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되어 온 대표적 남북협력 사업으로 북한 요청으로 총 1억3290만달러에 달하는 차관 방식의 자재 장비 제공을 통해 건설된 것”이라며 “차관에 대한 상환 의무가 여전히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정지혜·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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