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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미 “가자지구 상황 개선 안 하면 이스라엘 군사원조 중단”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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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5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어린이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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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가 가지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군사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서한을 이스라엘 정부에 보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이 서한이 13일에 발송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확인해주면서 “가자지구에서는 지난 몇달 간 일정한 수준의 인도주의적 원조가 유지되지 못했다”며 “가장 잘 진행될 때의 5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입수한 서한을 보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론 더머 전략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가자지구의 200만명 이상 민간인들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상품 수입을 중단시키고, 가자지구 남쪽과 북쪽 사이의 구호품 이동을 90%가량 막거나 지연시킨 이스라엘 정부의 조처를 특히 우려한다”고 했다. 또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으로 해안가 좁은 지역에 몰린 170만명이 감염병 우려 속에 기초적 생존 수단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겨울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하루 최소 350대 분량의 구호품 트럭 진입을 허용한다는 약속을 지킬 것과 구호 활동에 필요한 일시적 교전 중단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가자지구 북부 거주자들을 남쪽으로 강제 이주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북부에 대한 봉쇄를 풀라고 했다.



서한은 30일 안에 이런 조처들을 취하지 않으면 미국 법 및 조 바이든 대통령이 2월에 발표한 국가안보각서에 따른 조처가 취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법은 자국이 제공하는 인도주의적 원조를 가로막는 국가에는 군사 원조 제공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각서도 군사 원조를 받는 국가들은 국제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런 경고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군사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음을 미국 행정부도 인정한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은 올해 4월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스라엘을 압박해 양보를 받아낸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반발하면 따르는 모양새를 취하다가도 원래대로 돌아가기를 반복해온 이스라엘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경고에 대해 “미국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지만 우리의 국익에 근거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서한은 이스라엘의 행동으로 미국의 평판이 깎일 뿐 아니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공개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러스트벨트 3개 경합주들 중 하나라도 잃으면 당선이 어려운데, 이들 중 미시간주에서 승부를 좌우할 수 있는 아랍계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레바논도 공격하고 이란에 대한 보복도 다짐하고 있어 중동 상황이 진정되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미국 언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석유나 핵 시설이 아니라 군사 시설을 타격하겠다는 입장을 백악관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다음달 5일 미국 대선일 전에 공격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익명의 관리 말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란에 대응해 이스라엘 방공망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배치를 계획대로 진행하며 경고 서한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운용 병력 100명도 파병하기로 했는데 그 일부가 서한 발송 이튿날인 14일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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