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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반도체 패권 탈환]① 중국 101조, 미국 68조...한국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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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로 이어진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골든타임이 다가왔다.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과 실행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반도체 산업은 국가 대항전 양상을 띠며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규모 보조금을 통한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101조원, 미국은 68조원, EU는 62조원, 일본은 매년 10조~20조원의 지원금을 책정하며 자국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특혜를 우려하며 직접 보조금 지급에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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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보조금 재원은?...연간 불용예산만 11조

세계 각 국은 '국가 간 무역에서 특정 산업 보호 및 육성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자국 경제에 이익'이라는 학계 이론을 적용하고 있다. 1980년대 폴 크루그먼(Paul Krugman)과 제임스 브랜더(James Brander)는 '전략적 무역 정책'을 통해 불완전 경쟁 시장에서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특히 브랜더-스팬서(Brander-Spencer) 모형은 고도로 집중된 과점 시장에서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경쟁국 기업 대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거 EU가 에어버스를 지원해 미국의 보잉과 경쟁할 수 있는 자본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산업에 연착륙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위축은 국내총생산(GDP)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GDP는 0.7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보조금 지급은 국가 경쟁력 확보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업계에서는 보조금에 필요한 재원으로 정부의 불용예산에 주목하고 있다. 불용예산은 연초 정부·공공기관 배정 예산 중 사업취소 등으로 연말까지 사용되지 못한 잔여예산이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정부 결산보고서 상 불용예산은 평균 11조1000억원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국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재정 건정성도 중요하지만, 향후 불요불급한 공공부문 예산 감축 등을 통해 보조금 재원 마련 논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마련한 특별대담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미국, 중국, 일본이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 군사 기술의 90% 이상이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는 등 반도체 산업은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SIA 및 BCG 보고서에 따르면 2032년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생산 능력 순위는 중국이 1위(21%), 한국이 2위(19%)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첨단 공정을 포함한 10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생산 점유율에서 한국은 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경제 및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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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금사정 악화...세액공제 확대해야

보조금 지급뿐 아니라 세액 공제율 상향과 범위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높아진 금리와 환율, 경기 침체의 삼중고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자금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금융권의 기업 대출 잔액은 1118조원에서 1816조원으로 62.4%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주요 경쟁국들은 더 많은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통해 자국 기업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TSMC는 일본, 미국, 독일에서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통해 각국에 공장을 설립 중이다. 일본 구마모토 1공장은 9조원, 2공장 20조원의 투자금 중 약 50%가 일본 정부 보조금이다. 90조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경우 미국 정부가 66억 달러(약 8.5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25% 세액 공제를 해준다. 15조원 규모의 독일 드레스덴 공장의 경우 독일 정부와 EU로부터 50억 유로(약 7조원)의 보조금을 수령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기업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15%, 연구개발은 30~40%로 경쟁국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반도체 라인 건설에 평균 3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 일몰기한은 올 연말까지로 일몰기한을 대폭 연장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세액공제 대상에 연구개발(R&D) 시설투자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중고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적용 또한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R&D와 생산설비 투자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이 절실하다. 대출 한도 확대와 금리 인하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미국, 중국 및 일본은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자국 기업과 현지 투자 기업에 제공해 기술 혁신과 선점을 위해 앞다투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이 중국과 대만에 갈수록 뒤처질 수 밖에 없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패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미국 등 주요국처럼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환급제도(Direct Pay)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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