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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심층분석] MBK, 고려아연 인수 9부 능선 넘어…최윤범 반전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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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 5.34%의 추가지분을 확보했다. 애초 목표인 7%에는 미달해 완벽한 승리는 아니다. 하지만 영풍∙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 영풍∙MBK 판정승 분위기…최윤범 회장 고민 깊어져

영풍∙MBK 연합은 단판 승부가 날 정도의 고려아연 지분율 확보에는 실패해 판정승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대세가 크게 기울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뾰족한 묘수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코너에 몰린 셈이다. 이유는 지분율 구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번 공개매수 결과 영풍∙MBK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기존 33.1%에서 38.47%까지 상승했다. 반면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우호지분을 다 합쳐도 34.0%에 불과하다. 물론 23일에 마감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까지 확인해야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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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인캐피탈 의결권이 2.5%? 공개매수 20% 다 성공해야 가능

현재 고려아연 측은 의결권 없는 자사주 17.5%(소각 예정)와 의결권 있는 베인캐피탈(트로이카 드라이브 인베스트먼트) 공개매수 물량 2.5%를 합쳐 20%의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식이 '자사주 87% : 베인캐피탈 공개매수 13%'의 비율로 자동 배정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베인캐피탈 지분율 2.5%를 다 채우려면 계획된 전체 공개매수물량 20%가 다 채워져야 한다. 만약 이 공개매수에 최대 가능물량의 75%인 15%(자사주 13.1%+베인캐피탈 1.9%)의 주주가 응한다고 가정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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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분이 변경될 경우 현 고려아연 경영진 지분율은 우호지분까지 다 포함해도 35.9%(기존 지분 34%+베인캐피탈 1.9%)에 그친다. 반면 영풍∙MBK 지분율은 38.47%로 약 2.6%포인트 더 높다.

적대적 M&A의 성공여부는 결국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주총결과를 예측해 보는 게 중요하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 추정치 15.5%(기존 자사주 2.4% + 공개매수 자사주 추정치 13.1%)를 차감한 후 고려아연 주총 출석주주 최대치를 추정해 보면 약 85%다.

총 주식발행물량에서 자사주만 제외하고 약 85%의 주주가 모두 주총에 출석한다고 가정해 보자. 의결권 비율을 환산하면 방어자인 고려아연 경영진 의결권은 약 42.5%, 공격자인 영풍∙MBK 의결권은 약 45.5%다. 여전히 영풍∙MBK가 3%포인트 더 높다.

◆ 양 측, 고려아연 주식 추가 장내매수 가능성 커

문제는 주총 특별결의가 아닌 보통결의 사항이라도 출석주주의 과반수인 50% 의결권을 확보해야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50%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한 영풍∙MBK도 100% 승리를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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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변수는 현재 최윤범 회장 측 우호세력으로 분류된 주주가 실제 주주총회 의결 시 100% 최 회장을 지지한다고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우호세력 중 일부의 기권표가 발생하면 최 회장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지분구조는 최 회장의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모두 맞아떨어져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반면 1~2개의 변수라도 발생하면 주총에서 패배할 확률은 크게 높아지게 된다.

물론 외견 상의 지분율 차이는 3%포인트에 불과하다. 뒤집지 못할 수준의 격차는 아니다. 따라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 후에도 양 측은 추가적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장내 매수해 지분율 상승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 소송 2건, MBK 배임 행위로 판결시 최 회장 유리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양사는 수 많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중 경영권 분쟁에 큰 영향을 미칠 굵직한 소송은 2개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공격자인 영풍∙MBK가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금지 2차 가처분 소송'이다. 1차 소송이 기각돼 자사주 취득이 가능해졌지만, 2차로 '임의적립금' 부분을 추가해 다시 소를 제기했다. 가처분 소송결과는 21일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전문가는 2차 가처분 소송이 가처분 취득금지가 인용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편이다.

만약 2차 가처분 소송이 인용될 경우 23일에 마감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중단될 수도 있다. 자사주는 어차피 의결권이 없어 영향력이 크지 않다. 하지만 영풍∙MBK 입장에서는 인수 후 재 매각해야 하는 고려아연의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수익률 극대화 차원에서 중요한 판결이다.

두 번째는 방어자인 고려아연 경영진이 '영풍정밀'을 통해 제기한 '영풍∙MBK 경영협력계약 이행금지 가처분 소송'이다. 주 내용은 영풍과 MBK 간의 의결권, 콜 옵션 등의 경영협력계약이 일방적으로 MBK에 유리하므로 영풍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 가처분소송이 인용될 경우 기존 영풍∙MBK 공개매수의 법적 효력이 애매해질 수도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지분율 싸움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한 고려아연 경영진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판결이다. 또 인용되지는 않더라도 이 가처분 소송을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영풍과 MBK 간의 구체적인 계약내용이 공개된다면 그 수위에 따라 여론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 국민연금, 누구 편에 설까

결정적 변수는 국민연금이다. 고려아연 경영진이나 영풍∙MBK나 양 쪽 모두 50% 의결권 확보에는 실패했다. 따라서 어느 쪽도 확실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약 7.8%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확실한 캐스팅보트 역할이 가능하다.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포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에도 변수는 여전하다. 먼저 23일에 마감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국민연금이 일부 지분을 참여시킬 가능성이다. 국민연금도 결국 수익성이 중요한 기관이라는 점에서 89만원의 공개매수 가격은 매력적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이런 선택을 할 경우 고려아연 측은 추가적인 지분율 상승 없이 재무부담만 더 늘어날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이 남은 보유 지분으로 주주총회 출석 후에 기권할지 아니면 아예 출석조차 안 하고 기권 할지도 변수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체 의결권 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실제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아 주총 표결에 참여하는 경우다. 이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특정 변수에 의해 여론에 급격하게 한쪽으로 쏠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가정은 아니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한 이유다.

◆ 최 회장, 우호세력에 자사주 매각 성공하면 반전 가능

이번 경영권 분쟁 1차전에서 방어자 측에게 아쉬운 점은 애초부터 승리가능성이 높았던 영풍정밀 경영권 확보에 너무 많은 자금을 쏟아 부었다는 점이다. 이미 영풍정밀 지분율에서 최 회장 측의 지분율(35.45%)은 MBK 측(21.25%)을 압도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유리한 상황에서 방어자측이 '공개매수가'를 3만5000원으로 상대편보다 5000원 더 높게 설정했다. 이걸로도 모자라 과반수 확보에 필요한 지분율은 15%인데도 총 공개매수 수량을 기존의 25%에서 35%로 인상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렇게 되자 3만원의 영풍∙MBK 공개매수 청약에 응한 주주는 거의 없었다.

이로 인해 방어자 측은 가뜩이나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려 총 발행물량의 35% 지분을 공개매수로 사들이는 데 1900억원의 귀한 자금을 소진할 상황에 처했다. 반대로 영풍∙MBK의 자금을 일부라도 소진시킬 기회도 무산됐다. 결과론적이지만 방어자 입장에서는 수 싸움에서 한 수 밀린 셈이다. 특히 최 회장은 영풍정밀의 기업가치를 PBR(주가순자산비율) 0.5배 미만으로 오랜 기간동안 저평가 주식으로 방치하다가, MBK가 가격으로 공개매수 공격을 할 빌미를 줬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만한 또 다른 변수는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다. 고려아연은 현재 2.41%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그런데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다. 만약 이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하는데 성공하면 단숨에 의결권이 부활하게 된다. 무려 2.41%의 지분율이 상승하는 셈이다.

판을 뒤집을 수도 있는 게임체인저다. 하지만 자사주는 매수 후 6개월간은 매각이 금지된다. 따라서 내년 3월 정기주총을 겨냥해 고려아연 자사주를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다. 2024년 12월말 기준으로 계산하면 2024년 6월말 이전 매수물량까지만 가능하다. 여기에 해당되는 자사주 물량은 0.72%에 불과하다.

또 경영권 분쟁 중에 방어자가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할 경우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공격자 측은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법원에서도 가처분을 인용해 준 사례가 많다. 따라서 자사주의 의결권을 회복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렇게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봐도 코너에 몰린 최윤범 회장의 선택지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향후 최 회장이 어떤 반전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ongin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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