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에릭 칸토나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구단 앰버서더에서 해고되자 극대노했다.
칸토나가 16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15일 갑작스럽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해고한 맨유를 크게 비난했다.
칸토나는 "알렉스 퍼거슨 경은 그가 죽는 날까지 구단에서 그가 원하는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존중이 없다. 완전 스캔들이다"라며 "퍼거슨은 영원히 내 보스일 것이다. 그리고 난 구단 모두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라고 분노했다.
칸토나는 지난 1992년부터 1997년 은퇴할 때까지 맨유에서 뛴 구단 레전드다. 맨유에서 통산 184경기 81골 62도움을 기록했으며 은퇴하는 1996-1997시즌까지 그는 프리미어리그 36경기 11골 12도움을 기록할 만큼 절대적인 스트라이커였다.
맨유에서 칸토나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2회를 차지했다. 잉글랜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 수상 1회(1993-1994), 1993년 축구 잡지 '프랑스 풋볼'에서 주최하는 발롱도르 전체 3위에 올랐다. 프리미어리그 도움왕을 2회(1992-1993, 1996-1997) 차지할 만큼 득점력은 물론 동료와의 연계 능력도 타고났다.
칸토나는 퍼거슨에 대한 충성심이 특출나다.
1995년 1월, 칸토나가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 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뒤, 관중석에서 한 관중이 어머니를 향해 욕설을 하자, 그대로 쿵푸 킥을 날렸다.
당시 칸토나는 잉글랜드 축구협회(FA)로부터 무려 9개월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했는데 퍼거슨 감독이 그를 두둔해줬다. 이 때문에 그는 타팀의 이적 제안을 거절하고 맨유에 남아 2년 뒤 은퇴했다.
그런 퍼거슨은 맨유의 상징과도 같은 감독이다. 1986년 맨유 지휘봉을 잡은 뒤, 2013년 내려놓을 때까지 프리미어리그 우승만 13회를 차지하며 프리미어리그 초창기를 지배한 인물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를 비롯해 FA컵 우승 5회, 리그컵 우승 4회 등 유럽과 잉글랜드에 걸쳐 무수히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퍼거슨은 2013년을 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맨유 이사로 종종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퍼거슨은 이사이자 앰버서더로 활동하면서 맨유에서 노후를 보내왔는데, 돌연 공동 구단주인 짐 랫클리프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그를 해고한 것이다.
영국 BBC는 "퍼거슨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맨유 앰버서더 역할에서 물러날 것이다. 그는 은퇴 이후인 2013년부터 맨유에서 수백만 파운드를 받아왔다. 그는 글로벌 앰버서더와 구단 이사로 활동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경기장에 와서 이사회 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봐 왔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단 관계자는 맨유에서 가장 성공한 감독인 퍼거슨이 항상 올드 트래포드에서 환영받을 것이고 결정은 퍼거슨과 랫클리프가 지난주에 만나 직접 대화하면서 원만히 결정됐다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하지만, 랫클리프가 선수단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250명의 스태프가 정리해고됐다. 구단은 1년에 약 1000만파운드(약 178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맨유는 재무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1억 1300만파운드(약 2016억원)의 손실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의 수익 및 지속가능성 규정 중 하나인 3년간 1억 1500만파운드(약 2051억원) 손실에 근접하는 것이다. 구단은 "우리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맨유는 이미 3년간 선수단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 왔다. 에릭 텐하흐가 부임한 3년간, 무려 1조 넘는 이적료를 쓰고도 반등하지 못했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텐하흐는 맨유 감독 3년 차를 맞았다. 하지만 세 번의 여름 이적시장에서 6억 2543만파운드(약 1조 987억원)을 투자했음에도 반복해서 구단이 변화에 있다고 주장했다"라며 텐 하흐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랫클리프 인수 이전에 더 많은 지출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랫클리프 인수 후에도 이적료 지출 곡선은 크게 꺾이지 않았다. 비슷한 수준에서 이번 여름 이적시장 지출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선수단 투자를 늘리기 위해 구단 직원 정리해고를 넘어 구단의 상징이자 유산, 역사와도 같은 퍼거슨의 노후를 빼앗는 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도 이 소식을 전하면서 "스프레드시트 상 숫자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문제다. 현대의 맨유를 만든 사람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잘라낸다면 이것이 진짜로 가치 있는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에릭 칸토나, 로이 킨, 데이비드 베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그리고 정말 수많은 선수를 얻은 사람과 거리를 둔다면 이것이 정말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것인가? 누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줬는가, 누가 이전에 바닥을 빌빌 기던 구단을 슈퍼 클럽으로 만들었는가? 마치 맨유가 구단의 영혼을 잘라내는 걸 선택한 것과 같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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