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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차세대 전력칩에 꽂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삼성·SK 등 후발주자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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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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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실리콘(Si) 소재보다 전력 효율이 높고 고온·고전압을 견딜 수 있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SiC 기반 전력칩의 주요 매출처인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인 수요 정체를 겪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중국, 유럽 등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6일 조선비즈가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의 최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차세대 전력 반도체 소재로 각광 받고 있는 SiC와 GaN(질화갈륨) 등 차세대 화합물 기반 전력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 2022년 14억달러(한화 1조9068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8년 76억달러(10조3466억원)로 40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SiC 전력 반도체는 전기자동차 등에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술 난도가 높아 전통적으로 독일 등 소수 기업이 독점해 온 분야였지만, 최근에는 미국, 유럽을 비롯해 한국 기업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선 SK키파운드리, DB하이텍이 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며,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정리한 삼성전자도 인력과 자원을 SiC 분야에 투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iC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하 ST)는 매출 기준으로 1위(32.6%)를 차지했다. 온세미(23.6%), 인피니언(16.5%), 울프스피드(11.1%), 로옴(8.0%)이 뒤를 이었다. 상위 5개사의 매출 점유율이 91.9%에 달할 정도로 선두권 기업들의 지배력이 높은 시장이다.

시장을 가장 빠르게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ST다. ST는 지난 2017년 대량 생산에 돌입한 이후, 5억개 이상의 SiC 칩을 고객사에 출하했다. ST 측은 “현재 SiC 디바이스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자동차 및 산업 분야를 비롯해 광범위한 에너지 효율적인 애플리케이션에서 SiC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일찍부터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ST는 3개의 SiC 생산 허브를 구축한 상태다. 이탈리아 카타니아와 싱가포르에 위치한 두 개의 150mm 웨이퍼 제조시설에서 주력 제품인 SiC 디바이스를 대량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두 시설 모두 생산능력을 확장했다. 세 번째 허브는 사난 옵토일렉트로닉스(Sanan Optoelectronics)와 협력해 중국 충칭에 건설 중인 200m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다. 내년 4분기에 생산이 시작되고, 오는 2028년까지 전체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다.

온세미의 경우 SiC 기판부터 최종 전력 모듈까지 SiC 제품의 완벽한 수직 통합을 제공하는 소수 기업에 속한다. 올해 6월에는 체코에 최첨단 수직 통합 SiC 제조 시설을 설립했으며, 향후 수년에 걸쳐 최대 20억달러의 투자로 SiC 제조 역량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부천시에 연간 100만장 이상의 200mm(8인치) SiC 웨이퍼를 제조할 수 있는 SiC 제조 시설을 준공하기도 했다.

독일 인피니언은 자동차 애플리케이션, 재생에너지, 산업용 전원공급장치용 SiC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9월 오스트리아 빌라흐 파워 팹의 기존 300mm 실리콘 생산 파일럿 라인에서 300mm GaN 웨이퍼 제조에 성공했으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올해 8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200mm SiC 전력 반도체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SiC과 GaN 기반 전력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해 보쉬, NXP와 함께 대만 TSMC가 독일 드레스덴에 건설하는 파운드리 공장에 투자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SK키파운드리와 DB하이텍이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꼽히는 SiC와 GaN 전력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키파운드리는 현재 8인치 웨이퍼로 SiC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도록 웨이퍼 제조 기업과 협력해 개발 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DB하이텍은 오는 2026년까지 SiC 반도체용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이후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최근 LED 사업을 정리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인력과 자원을 차세대 전력칩에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GaN 및 SiC 등 신소재를 활용한 차세대 전력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일반 소비자 및 차량용 분야에서 8인치 GaN 전력 반도체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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