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2021년 10월25일 오후 대전시 서구 만년동 KBS대전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 대선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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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가 2021년 외부에 공표되지 않는 자체 여론조사를 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2022년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뒤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로 이직)씨에게 “윤석열을 좀 올려서 홍준표보다 2%(포인트) 앞서게 만들라”고 지시한 것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예비경선이 진행되던 2021년 9월29일이다. 2차 경선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 등 모두 8명이 나섰는데,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이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뉴스토마토가 15일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9월29일 오후 4시50분 명씨가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며 “젊은 아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개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석열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고 추가로 주문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젊은 아들 개수 올려갖고” “2~3% 홍보다 더 나오게”라는 대목이다. 명씨가 말한 “젊은 아들 개수”는 윤 후보를 지지하는 20~30대 응답자의 수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수를 “올려갖고”(부풀려서) 경쟁자인 홍 시장보다 최종 지지율이 2~3%포인트 높게 나오게 만들라는 뜻으로 짐작된다. 당시 청년층에선 윤 대통령보다 홍 시장 지지가 높았는데, 윤 대통령을 지지한 응답 표본만 2~3배가량 늘리면 최종 지지율을 목표한 만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셈법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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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방식”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에서 쓰이는 정상적인 보정 방법이 아니란 뜻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윤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10개면 그것만 부풀려 20개로 만드는 식으로 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명씨가 이렇게 조작한 미공표 여론조사를 어디에 사용하려고 했느냐다. 세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당시 정치 신인이었던 윤 대통령에게 내부 참고용 자료로 제공했을 가능성이다. 윤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거나 명씨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려는 용도로 추측해볼 수 있다.
또 하나는 당내 활동가나 핵심 당원들에게 제공해 당내 여론을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 했을 가능성이다. 실제 당시 국민의힘 당원들 사이에서 ‘받은 글’이란 제목을 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광범위하게 유통됐는데, 당원들 중에는 이를 판세 흐름을 파악하거나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마지막은 이 자료를 경선 탈락 후보 가운데 누군가에게 윤 대통령을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했을 가능성이다. 당시 명씨는 강씨와 통화하면서 “이거 그 다른 쪽에 하태경이가 나가는 거니까. 외부 유출해야 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는데, 하 후보는 통화 열흘 뒤 치러진 2차 경선에서 탈락했고, 같은 달 27일 윤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윤 대통령이 1위로 나온 조작된 자료를 활용해 하 전 의원에게 지지 선언을 하도록 설득한 게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교롭게도 명씨가 조작을 지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역시 명씨가 실질적 소유자로 알려진 ‘시사경남’ 등이 여론조사 업체 피엔알(PNR)에 의뢰해 10월1~2일 실시한 여론조사와 결과가 비슷하다. 당시 피엔알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31.4%로 홍 시장(29.9%)을 1.5%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섰는데, 비슷한 시기 실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홍 시장이 앞선 것으로 나온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여론 조작이 피엔알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조사에 이상 징후가 있으면 자동응답전화 서버에 저장된 원자료를 내려받아 조사 과정의 문제점과 결과 분석의 오류를 검토한다. 원자료가 오염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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