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열린 서울에서 열린 '청소년 불법 도박 예방 선포식'에서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 근절 캠페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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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이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10대 청소년의 도박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예방 교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도박 중독 치유 서비스’를 이용한 10대 청소년이 2021년 1242명에서 올해는 1~7월에만 2349명이 돼 2배 가까이로 늘었다고 한다. 불법 온라인 카지노(1319명), 사설 스포츠 토토(211명), 불법 실시간 게임(140명) 등 주로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도박 중독자가 많았다.
도박을 하다가 경찰에 형사 입건된 ‘범죄 소년’은 2015년 59명에서 올해 1~8월 328명으로 10년 사이 약 5.5배로 늘었다. 도박 혐의로 올해 검거된 13세 이하 ‘촉법소년’도 벌써 45명이다. 도박으로 형사 입건이 되려면 판돈이 500만원 이상이거나, 누범(累犯)이거나, 도박판을 열어 이득을 취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적발돼 형사 입건된 청소년이 이 정도라면 실제 도박에 노출된 청소년은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
지난 4월에는 게임 전용 메신저를 이용해 회원 1500여 명을 모은 판돈 2억원대 온라인 도박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운영자가 중학생, 서버 관리자는 고등학생이었다. 이 도박장에 돈을 보낸 회원의 80%도 청소년이었고, 상습 이용자 96명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2022년 청소년 1만8444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 조사에서 초·중·고교생 10명 중 4명은 도박성 돈내기 게임을 해봤다고 답했다. 재학 중 청소년의 4.8%는 도박 조절에 실패한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현재 10대 인구 454만명 중 4.8%만 돼도 21만명이 넘는다.
온라인 공간 도처에 불법 도박 사이트와 이런 사이트들을 홍보하는 ‘배너 광고’가 널려 있다. 클릭 한두번만으로 도박을 할 수 있다. 코로나 기간에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다른 범죄에 연루되거나, ‘대리 입금’이란 명목으로 온라인에 퍼져 있는 사채 광고에 현혹되기도 한다.
최근 5년간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모두 ‘도박 문제 예방 교육 조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예산편성이나 실효성 있는 대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늦기 전에 전면적 실태 조사와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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