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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김준의 맛과 섬] [211] 영광 설도항 돗대기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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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영광군 낙월도에서 사용했던 해선망 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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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새우젓 시장은 강화 외포, 홍성 광천, 논산 강경, 부안 곰소, 영광 염산, 신안 송도 등이 유명하다. 이 중 젓새우 어장과 연결된 시장은 외포, 염산, 송도가 있다. 이 중 염산은 배를 가진 선주가 직접 칠산 바다에서 잡은 생새우를 구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새우젓을 원하면 막 잡은 새우에 천일염을 더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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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에 버무린 돗대기 새우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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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은 오젓이나 육젓이 유명하다. 하지만 너무 비싸서 김장용보다 반찬용으로 이용한다. 대신 초가을에 많이 나오는 돗대기새우나 북새우를 준비하는 주부들이 많다. 지금 준비하면 김장철 적당하게 숙성이 된다. 여기에 늦가을에 잡힌 생새우를 더해 김장용 양념을 준비하면 일 년 내내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 돗대기새우는 오뉴월에 잡히는 젓새우와 달리 수온이 내려가는 10월과 11월에 칠산 바다를 비롯해 서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김장철과 잘 맞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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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새우로 팔고 있는 돗대기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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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산 바다에서 새우를 잡는 그물은 안강망이거나 닻자망이다. 1990년대까지 영광 낙월도나 신안 임자도에서는 ‘멍텅구리배’를 이용해 새우를 잡았다.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 예인선으로 어장에 옮겨야 하기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주민들은 ‘중선’이라 부르고, 수산업법에는 ‘해선망 어업’으로 분류했다. 해선망은 선원들이 1987년 태풍 셀마로 움직이지 못하는 배에서 목숨을 잃은 후 폐선되었다. 이후 안강망과 개량 안강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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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안강망 그물에 새우와 함께 들어온 갈치, 병어, 꽃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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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든 새우잡이는 드는 물과 나는 물에 맞춰 그물을 털어야 한다. 선원들은 반잠도 아니고 쪽잠을 자야 한다. 그렇다고 그물에는 원하는 새우만 오롯이 드는 것이 아니다. 돗대기새우, 북새우, 젓새우 등 새우류 외에 병어, 민어, 꽃게 등이 철 따라 들어온다. 수온에 따라 해파리가 가득할 때도 있다. 그뿐만 아니다. 중국산 어구, 물병, 술병은 물론 우리나라 육지에서 버린 온갖 쓰레기도 들어온다. 그래서 그물을 털고 난 후에 일이 더 많다. 돈이 되는 큰 물고기를 가려내고, 새우는 조리질로 추려낸다. 오뉴월에는 오젓과 육젓에 맞춰 다른 새우를 골라내지만, 지금은 오히려 돗대기새우가 많이 잡혀 김장용으로 다른 새우와 섞어서 판매하고 새우젓을 만든다. 그래서 값도 저렴해 김장용 새우젓을 구하기 좋은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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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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