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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교육청 민원, 소송 예고" 연세대 수시 유출 후폭풍…계속되는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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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진행된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에서 시험지 유출 논란이 발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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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수시 논술시험 문제 유출 논란이 불거진 연세대가 “재시험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연세대는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하는 등 법적 조치에 나섰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교육부에 민원을 접수하고 소송을 예고하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연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도 수시 시험을 부실하게 관리·감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연세대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수시 논술 재시험을 요구하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지난 12일 수시전형 당일 문제지가 시험 1시간 전에 배부되고, 문제 내용과 시험지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오는 등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 만큼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디시인사이드 수리논술 갤러리엔 “오는 28일 시험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라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오는 12월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에 시험 결과를 무효로 하는 소송 제기도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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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재시험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디시인사이드 등 일부 커뮤니티에선 “10월 28일 가처분신청 계획 중”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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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는 처음 문제 유출 논란이 불거진 이후 “공정성을 훼손시킬만한 행위는 없어 재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수리논술 시험지뿐 아니라 인문계열 논술 답안지 사진이 잇따라 공개됐고, 휴대전화를 검사하거나 신분증 확인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연세대는 “시험 전이나 도중에 찍힌 사진 없다”, “시험 이전 사진은 조작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에 배치되는 정황이 이어지면서 수험생의 공분도 커졌다.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치른 박윤한(가명·18)군은 “연세대의 경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고 학생부 반영 없이 논술 성적 100%만으로 뽑기 때문에 수험생이 몰렸는데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니 타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모(18)군은 “수험생 대상으로 장사하는 것처럼 느끼거나 입시 결과를 못 믿겠다는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연세대 수시 전형에 335명 선발에 약 1만8000명이 몰려 경쟁률 50대1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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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또다른 시험지와 수험증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이 찍힌 시각은 시험지가 사전 배포된 지 4분이 지난 때였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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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이 계속되자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책임자를 철저히 문책하고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 조치하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연세대 자체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유출 관련 책임자에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시험 관련 민원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도 검토 중”이라며 “연세대가 어떻게 조치하느냐에 따라 교육부 조치사항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날 오후 논술 문제 유출 사태와 관련해 신원이 특정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유출 수험생 2명, 특정되지 않은 수험생 4명 등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사진 속 문제지와 답안지 필기 내용 등을 바탕으로 2명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어 시험 과정 전반에서 공정성 훼손 요인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자체조사위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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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지를 찍은 사진에 대해 ″사전 유출이 아니다″며 “사진을 찍은 수험생을 특정했고, 사교육 업체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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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학들도 수시 부실 감독‧관리 문제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단국대에선 작곡과 실기시험의 한 문제가 시험 시작 50분이 지나서야 교부됐다. 13일 한성대 ICT디자인학부 기초디자인 실기시험을 치르는 86개 시험장 중 한 곳에선 보조 자료가 40분 뒤에 배부됐다. ‘카드’를 포함한 제시어 세 개의 사진 자료가 제공돼야 했지만 해당 시험장에선 카드 사진이 늦게 전달됐다. 이때문에 수험생들이 제시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림을 다시 그리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두 대학 모두 “공정성엔 문제가 없다”며 재시험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험생들은 한 대학당 6만원 안팎의 전형료를 내고 시험을 치르지만, 대학의 감독‧관리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휴대전화 등 보안 문제를 소홀히 하거나, 고사장 환경에 따라 다른 수험생의 답지를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한 대학 논술고사 감독관으로 참여한 김모(32)씨는 “사전 교육 1시간 중 40분 정도를 안전에 관한 내용만 들었다”며 “자세한 건 안내사항 종이를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을(乙)인 수험생이 문제 제기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관리 부실 문제가 누적되다가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입의 3대 원칙은 공정성·타당성·자율성”이라며 “대학 스스로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공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입시 관리·감독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대학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찬규·박종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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