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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fn사설] 풀리지 않는 전력망 갈등, 국가는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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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등 전국 곳곳에서 분쟁 격화돼
정부·국회가 남일 보듯 말고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4일 전남 나주빛가람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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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다음 달 초 행정심판위원회를 열어 하남시와 한국전력의 전력 분쟁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 8월 하남시는 한전이 추진해온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와 증설안을 공공복리 증진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한전은 하남시의 불허 처분 전면 취소를 요구했고, 경기도는 결국 행심위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행심위가 하남시 손을 들어줄 경우 동서울변전소 공사는 하세월이 될 수 있다. 동서울변전소가 막히면 한전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전력공급망 확충은 한시가 급한 국가과제인데 이렇듯 안일하게 다뤄서 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첨단산업 기업들에 전력난은 생사를 좌우하는 문제다. 현장에선 용수 부족도 큰일이지만 전기 부족은 사실상 재앙으로 여긴다. 수도권 전력량 수요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600조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원활한 전력 공급은 절대적이다. 이곳에서 하루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량은 수도권 하루 전력량의 4분의 1에 이른다.

수도권 공급망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들이 앞다퉈 짓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수요에도 대비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AI 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시설이다. 막대한 전기가 들어간다. 이상기온으로 가정이 소비하는 전력량도 만만치 않다. 올해는 가을 폭염까지 겹쳐 7월과 8월뿐 아니라 9월 전력 수요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올겨울엔 기록적인 한파도 예고돼 있다. 난방용 전기 수요가 역대급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력 소비는 앞으로 폭증할 것이다.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 생산시설 증설과 전기를 실어 나르는 송전망 건설은 화급한 과제다. 그런데도 하남시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전력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으니 걱정이다. 전남 장성·보성·영암·영광, 강원 횡성·홍천, 충남 당진, 경기 시흥 등에서 송전선로·변전소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반대 이유는 전자파 피해, 주변 경관 훼손 우려, 납골묘 경유 등 가지각색이다. 앞서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이 12년 넘게 지연됐던 사례도 비슷한 이유였다.

중차대한 전력망 건설을 한전에만 맡겨두지 말고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국회 산자위는 14일 국감장에서 한전을 상대로 송전선로 늑장 건설을 질타했는데 한전 탓만 할 수 없다. 국가가 전력망 구축을 주도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담은 법안이 국가기간 전력망확충특별법이다. 여야 사이에 별 이견이 없는 법안인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이 법부터 처리해야 한다.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산업 마비와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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