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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CIA, 바이든에 '북·러 밀착에 中 동요' 보고…북핵 자급체제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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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한국 등 동맹국에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1기를 경험해본 동맹국들이 극단적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의 재집권을 우려하는 데 따른 대응이자, 트럼프 측이 이미 집권 이후를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으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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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오크스에서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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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황은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의 신간 『전쟁(War)』에 기술됐다. 우드워드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고, 지금까지 10명의 대통령을 심층 인터뷰해 23권의 책을 냈다.



트럼프, 주미대사에 ‘외교 핵심’ 보내 설득



『전쟁(War)』에 따르면 트럼프의 외교안보 투톱으로 꼽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조현동 주미대사와 만났다. 조 대사를 만난 이들은 “트럼프가 이번에는 더 합리적이고 더 예측 가능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각국과의 관계에서 ‘본질적’ 성격을 옹호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한·미 관계가 상호 안보에 중요하며 양국이 많은 부담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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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부장관이 백악관에서 진행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브리핑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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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동맹국과의 관계를 금전 거래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동맹의 이익에 대해선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당시 대화 과정에서 조 대사가 “트럼프가 당선되면 오브라이언이 차기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될 것”이라고 답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구상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조 대사에 이어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주미 일본 대사와도 만났다. 고지 대사는 트럼프가 아베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골프를 쳤던 사실 등을 언급하며 “일본은 지난 몇년간 미국에서 가장 큰 외국인 투자자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지난해 실제로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는 일본이 아닌 한국이다.



“北과의 핵전쟁 걱정에 운동복 차림 취침”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재집권을 우려하는 이유는 그의 즉흥적 외교·안보 노선 때문이다. 실제 우드워드의 책엔 북한의 핵위협과 관련해 전쟁 직전까지 몰렸던 급박한 상황이 묘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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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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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워드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그가 (핵을) 쏘면 (나도) 쏜다’고 말했고, 실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에 대비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을 격추할 권한을 국방장관에게 위임했다”고 적었다.

우드워드는 “핵무기에 대한 트럼프의 무심한 태도와 충동적이고 전투적 외교는 안보 보좌관들을 겁에 질리게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매티스 전 장관은 “재임 기간동안 트럼프가 북한과 핵전쟁을 일으킬까봐 너무 걱정돼 매일 운동복을 입고 잠을 잤다”고 회고했다.



“바이든에 ‘북·러 밀착에 中 동요’ 보고”



우드워드는 저서에서 북한의 최근 동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의 책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6월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해 중국이 동요하고 있다는 판단을 담은 보고서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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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비치에서 허리케인 밀턴과 헬렌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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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워드는 해당 보고서에 대해 “중국은 북·러협력 강화가 북한 지도자(김정은)를 더 무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며 “특히 김정은은 자신이 충분한 주목을 못받고 있다고 느끼면 더욱 무모해질 수 있다”고 썼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선 “지금 대체로 자급 체제를 갖췄고 더 이상 외부의 지원이나 기술에 의지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은 핵무기를 미국에 도달할 ICBM에 실어 효과적이고 정확하게 사용할 역량은 아직 보유하지 않지만 점점 그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흑인시위에…트럼프 “그냥 쏴버리면 안 되나?”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2020년 5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촉발한 흑인시위(Black lives matter) 때도 자국민에 대한 발포를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에게 “그냥 다리에 총을 쏴버리면 안 되나”라고 물었다. 시위가 촉발된 원인이 된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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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7일 흑인시위에 참석했던 흑인들이 트럼프의 낙선을 반기를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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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전 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트럼프가 1만명의 현역병력을 수도 워싱턴에 투입하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고 했다. 당시 트럼프는 “너희는 망할 패배자”라며 격분하며 “(흑인시위 때문에)우리가 약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만약 우리가 모두 사라졌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선 불법이민자들을 겨냥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추방 작전을 실시하겠다”며 미국 내 군사력 투입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 경고했지만…젤렌스키 일축



우드워드의 책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의 비화도 소개돼 있다. 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만 5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전쟁을 준비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정말 미칠 노릇”이라며 화를 냈다. 바이든은 푸틴과 통화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알렸지만, 젤렌스키는 이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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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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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지속되면서 백악관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50%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보고서도 보고됐다. 동시에 전쟁 수행에 필요한 탄약이 바닥나자 바이든은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할 수는 없어도 미국에 155mm 포탄을 팔 수 있는 나라를 찾으라”고 지시하면서 한국으로부터 50만발 이상의 포탄을 제공받았다고 우드워드는 주장했다.

우드워드는 또 트럼프는 재직 시절엔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비밀리에 푸틴에게 보낸데 이어, 퇴임 이후에도 푸틴과 최소 7차례 통화했다고 적었다. 통화 시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고 이후로, 트럼프가 전쟁과 관련한 정세에 대해 푸틴과 상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는 “우드워드가 지어낸 이야기로, 모두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구체적인 반박은 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X자식 네타냐후, 빌어먹을 나쁜놈”



바이든 대통령은 또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X자식(son of a bitch) 네타냐후, 빌어먹을 나쁜놈!”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가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고 이스라엘군을 인도적 지원 공급처인 이집트 국경도시 ‘라파’에 진입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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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오는 15일(현지시간) 내놓은 신간 전쟁(war)의 표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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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워드는 바이든이 비공개 자리에서 측근들에게 “그(네타냐후)는 빌어먹을 거짓말쟁이(fucking liar)”이라고 불만을 표시하는 등 불만을 가지면서도 “바이든은 그(네타냐후)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했고, 이것이 바이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자제법이었다”며 전쟁 내내 네타냐후에게 끌려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바이든과 네타냐후는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며 “특정 일화에 언급할 것이 없다”고만 밝혔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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