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업체 하이센스의 LCD TV./하이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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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가전제품 소비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세계 최대 TV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수요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내수에 힘입어 중국 TV 제조업체들이 올 4분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구입을 늘리자 패널 가격이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국 소비 성향이 짙은 중국 시장 특성상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에는 직접적인 수혜가 없는 반면 패널 가격이 오를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 내 LCD TV 판매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9월부터 시행한 ‘가전 이구환신’ 정책으로 지지부진하던 TV 수요가 살아난 것이다. 옛것을 새것으로 바꾼다는 뜻의 이구환신은 중국 정부가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판매가의 15~20%를 보조금으로 지원해 주는 경기 부양책이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8개 품목당 2000위안(약 38만원) 내에서 에너지효율 등급이 2등급인 가전제품은 판매 가격의 15%를, 1등급은 20%를 지원해 준다. 중국은 이구환신 정책을 2009년부터 비정기적으로 시행해 왔는데, 올해는 보조금 예산을 사상 최대 수준인 3000억위안(약 57조3000억원)으로 키웠다.
보조금이 소비를 촉진하면서 지난 5년간 수요 감소세를 보인 중국 TV 시장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중국 내 TV 출하량은 2018년 6000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5000만대 이하, 2023년엔 400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앞서 DSCC는 올해 중국 TV 시장이 11%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보조금 정책으로 TV 출하량이 4000만대를 소폭 하회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DSCC 측은 “중국 TV 시장은 수년간 약세를 보이며 전 세계 TV 시장을 끌어 내렸는데, 올해 TV 교체 보조금으로 대형 크기와 프리미엄 사양의 TV 수요가 촉진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수혜는 대체로 중국 자국 기업에 한정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 TV 점유율은 2% 미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북아 3국(한국·중국·일본)은 모두 자국 가전 브랜드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중국 시장은 애국 소비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같은 프리미엄 제품도 한국 브랜드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아 국내 업체가 점유율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 사이 중국 최대 TV 업체 TCL과 하이센스를 비롯해 스카이워스, 샤오미 등은 4분기 TV 생산 계획을 10~20% 높여 잡고 있다. TCL은 4분기 중국 내 TV 판매 목표치를 200만대에서 220만대로, 하이센스는 250만대에서 300만대로 높였다. 동시에 LCD TV 오픈 셀(구동 회로와 백라이트가 포함되지 않은 LCD 패널) 구매도 늘리고 있다. 하이센스는 4분기 LCD TV 오픈 셀 구매 계획을 630만대에서 700만대로, TCL은 650만대에서 660만대로 높였다.
일각에선 LCD TV 패널 가격이 올라 국내 TV 제조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CD TV 패널 시장을 장악한 중국 패널 제조업체들은 LCD 가격이 올해 중순 최고점을 찍고 떨어지자, 공급을 조절하고 있었다. 가격 하락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10월 첫 2주간 공장 셧다운을 계획했던 중국 패널 제조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수요에 예정보다 빠르게 공장을 재가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국 패널 제조사들은 단기 LCD 패널 공급 부족을 예상하며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여전히 LCD 패널 가격이 전년보다 높아 원재료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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