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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5.34%' 영풍·MBK, 승기…딜레마 빠진 최윤범 회장, 묘수 찾기 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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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최근 벌어진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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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사주 '딜레마'에 빠졌다. '표 대결'로 전환된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이 지분 '5.34%'를 추가 확보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최 회장으로서는 남은 기간 동안 계획대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공개매수에 성공하더라도 상대의 의결권 비중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쩐의 전쟁'으로 전개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표 대결'이라는 새 국면을 맞았다. 영풍·MBK연합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대립은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장기화될 전망이다.

먼저 승기를 잡은 건 영풍·MBK다. 지난 14일 끝난 공개매수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약 5.34% 지분을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MBK·영풍 연합이 당초 계획한 대로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향후 표 대결로 전개될 경영권 분쟁에서 MBK·영풍이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지분율은 기존 33.13%에서 38.47%로 늘어났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소각 이후 의결권 기준 지분율이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MBK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고려아연 이사진 과반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자본시장의 지지 덕분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 실질적인 첫 번째 걸음을 내딛게 됐다"며 "이제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서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지배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89만원' 승부수 역풍…딜레마 빠진 자사주 공개매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표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자사주 공개매수에 '89만원' 승부수를 날렸던 최윤범 회장이 셈법은 복잡해졌다. 자칫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 물량이 늘어나도 의결권 비중은 MBK 쪽만 늘어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공개매수 목표 물량인 최대 20%를 확보해도 베인캐피탈 지분 2.5%를 제외한 17.5%는 표 대결에서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많아질수록 MBK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더 높아진다.

당초 최 회장은 베인캐피탈이 사들인 2.5%를 우호 지분으로 해 최대 36.5%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번 공개매수 결과로 인해 최종적으로 MBK·영풍 측 지분(38.4%)이 더 앞서게 됐다.

현재로서는 자사주 공개매수에 많이 참여하기보다는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한화와 현대차·LG화학 등 한 표라도 우호 지분 세력을 결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무엇보다 '7.83%' 지분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민연금이 현재 지분율을 유지한 가운데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느 쪽도 과반을 확보하지는 못한 상황에서 향후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내년 3월까지 장기화 국면…장내 매수 경쟁 맞붙을까

이번 분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면서 박빙의 표 대결에 대응하는 최윤범 회장의 반격에도 관심이 쏠린다.

MBK·영풍 측이 최윤범 회장을 완전히 배제하는 데엔 추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임기 만료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으며, 현재 이사회 의장이자 사내이사로 재임 중이다. 사내이사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로, 아직 상당한 기간이 남았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시중 유통 물량을 사들이거나 혹은 자사주를 내어주고 백기사를 포섭하는 방식 등으로 국면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최씨 일가는 최근 영풍 주식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최 회장의 영풍 주식은 1만9251주에서 6459주로 줄어들었다. 이를 통해 약 46억원의 매매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은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 전량 소각을 약속한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공개매수 종료 직후 "상대가 제시한 목표에는 미달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추후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다정 기자 d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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